국회의사당 개방

기업으로 치면, 이보다 더 좋은 근로 환경이 있을까. 국회 얘기다. 국회 안에는 이발소, 사우나부터 치과·한의원, 식물원까지 다 들어서 있다.

국회의원 299명과 이들의 보좌진, 국회 사무처 직원들이 모여 있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구내에는 헬스클럽부터 한의원, 어린이집, 이발소, 분식집까지 각종 편의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위탁운영되는 곳이 대부분이지만, 임대료가 싸기 때문에 시내 업체들보다 가격이 싸서 의원들과 국회 직원들이 “이보다 좋은 곳도 없다”며 즐겨 이용한다.

국회의사당의 면적은 10만평. 여의도의 총 면적 80만평 중에서 8분의 1에 해당한다. 물론 축구장도 있다. 10만평 중 건물면적은 2만4636평으로 국회의사당 본청 건물 외에 국회의원 회관과 국회도서관, 의정관이 있다. 그리고 국회의원과 국회의사당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위한 후생관이 있다.

이 후생관은 1980년대 공무원 연금매장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에는 공무원 연금관리공단에서 운영했지만, 지금은 개별 업체들이 입찰을 통해 들어섰다. 김밥, 라면, 떡볶이 등을 파는 분식점부터 빵집, 서점, 약국, 안경점, 사진관을 비롯해 속옷가게까지 그야말로 없는 게 없다.

국회 본청에는 내과와 치과, 한의원까지 있다. 게다가 내과와 치과는 국회 내 ‘의무실’ 개념으로 운영돼, 진료비를 받지 않는다. 다만 처방받은 약은 자신의 돈으로 사야 한다. 한의원은 대한한의사협회에서 추천하는 한의사가 와서 진료하는 위탁 운영이다. 침을 맞거나 한약을 지을 경우는 물론이고 진료만 받아도 돈을 내야 한다.

본청에는 이발소와 미용실도 있다. 임대료가 다른 곳에 비해 저렴해 시내 업소들보다 이용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몇몇 의원들은 가깝고 싸다는 이유로 매일 오전 이곳에서 국회 이발소에서 머리를 손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국회 본회의장 점거사태가 일어날 때는 회의장서 밤을 새운 의원들이 차례로 이 미용실과 이발소에 들러 머리를 감고 손질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국회 직원들의 육아 편의를 위해 어린이집 시설도 있다. 그 옆에는 전면 유리로 지어진 식물원이 있다. 이곳에는 각종 식물이 잘 자라고 있어 어린이집에서 부모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자주 들른다.

국회 의정관에는 트레이너가 있는 헬스클럽이 있다. 최신식 러닝머신에 각종 세면도구까지 구비된 샤워시설도 갖추고 있어 편하게 운동할 수 있다. 국회 후문 쪽에 있는 국회 운동장 옆에는 역시 위탁업체인 차량 정비소도 있어 차량정비까지 국회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근로 환경이지만, 그런 환경에서 의원들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일하냐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