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출범한 북한 조인철호가 베트남축구협회(VFF)컵 국제대회 우승을 차지, 성공적인 스타트를 끊었다.

북한은 2일 개막전에서 싱가포르를 2대1로 누르고 4일 한국전을 1대1로 비긴 데 이어 6일 열린 마지막날 베트남과의 경기에서 2대0 완승을 거둬 종합전적 2승1무로 1위에 올라 우승상금 2만5000달러(2767만5000원)를 차지했다. 6일 베트남과의 경기에서는 55분 맹차현이 어시스트한 골을 안일봄이 헤딩으로 넣고, 67분 림천민이 또 한 골을 추가해 완승을 거뒀다.

새로 부임한 후 신구세대 선수들의 손발을 맞춰보고 테스트할 목적으로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조 감독 비록 수비 위주의 전술을 펼치다 역습을 하는 고전적인 전술로 일관하기는 했지만 선수 개개인의 피지컬 능력과 스피드, 조직적인 플레이 등으로 여전히 위협적인 팀임을 보여줬다. 인민 영웅으로 칭송받는 리명국의 철통 방어는 여전히 눈부셨다. 이번 대회에서도 2실점이 전부. 지윤남의 단단한 수비력, 문인국 리명준의 매서운 공격력 등 다른 월드컵 멤버들의 기량도 여전히 빼어났다. 한국과의 경기에서 우리 대학 선발팀이 보름간의 강도높은 훈련을 통해 수비망을 흔들어놓고 강인한 체력과 패기로 후반 내내 노련한 고참들의 힘을 빼놓으면서 밀리는 경기를 해 자존심을 살짝 구길 뻔 했으나 전체적으로는 역시 기복이 없이 안정된 팀이라는 걸 우승이라는 성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대한축구협회 강영철 기술위원은 " 지금은 다소 공격 루트가 단조롭지만 앞으로 아시안컵에서 공격력이 뛰어난 정대세와 안용학 등 해외파가 가세하고 다른 월드컵 멤버나 아시안게임 멤버들까지 대거 가세할 경우 매우 위협적인 팀이 될 수 있다. 조광래호가 경계해야할 대상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조인철 감독은 4·25 체육단 감독을 맡고 있다가 김정훈 남아공 대표팀 감독이 월드컵이 끝난 후 자신이 과거 몸담았던 4·25 체육단으로 복귀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표팀 감독을 이어받게 됐다. 이번 대회 기간 중 대학 선발팀 감독이었던 김종필 동국대 감독에게 처음에는 팀의 격이 맞지 않는다며 인사도 잘 받지 않다가 한국이 북한을 상대로 선전을 펼치자 먼저 간단한 인사를 건네는 등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 9월에는 베트남에서 열린 오스트리아, 쿠웨이트, 베트남과의 4개국 친선대회에 출전했었고 이번이 사령탑을 맡은 후 두번째 베트남 방문이라는 게 현지 베트남축구협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은 첫날 베트남전을 2대0으로 누르고 북한전을 1대1로 비기면서 우승까지 내다봤으나 마지막날 싱가포르전에서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서 어이없게 2골을 먹혀 최종전적 1승1무1패로 싱가포르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전반 43분 우리 수비수 이한샘(건국대)이 롱킥을 쳐낸 볼이 알렉산더 두릭의 발에 맞아 휘어져 들어가 골로 연결됐고 만회골을 위해 후반들어 공세를 퍼붓다 13분 또 다시 두릭에게 추가골을 허용했다.

그러나 대회를 앞두고 급히 꾸려진 대학 선발팀이 출전해 장시간 손발을 맞춰온 A대표팀이 출전한 강팀들을 상대로 자신들의 플레이를 유감없이 펼쳐보이며 1승1무1패라는 성적을 거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장하다고 변석화 대학축구 관계자들은 만족감을 표시했다. 감독과 선수들도 고무적인 표정. 베트남전과 북한전에서 1골씩 총 2골을 기록한 정우영(경희대)는 "이렇게 많은 관중들이 있는 국제대회에서 이만큼 강한 팀들과 상대한 건 처음이라 선수들 모두에게 정말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또 동국대 김종필 감독은 "박현 박정훈 김민재 김오규 오반석 등 많은 선수들이 한 경기 한 경기 더할 때마다 빠르게 기량이 느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소득이라면 앞으로 좀 더 연습하고 준비한다면 어떤 대회든 충분히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모두가 갖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노이=정경희 기자 gumnuri@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