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브룬디에서 온 난민 부징고가 아닙니다. 한국인 김창원으로 불러주세요."

25일 법무부로부터 국적증서를 받은 브룬디 난민 도나티엔 부징고(Donatien Buzingo·32)씨는 "전화로 한국어시험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 힘들었던 시간들이 하나씩 스쳐 지나갔어도 왠지 실감은 나지 않았다"며 "오늘 국적증서를 받으니 '이제 나도 한국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한국 생활 7년, 그리고 지난해 9월 귀화를 신청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브룬디는 아프리카 중부 내륙에 있는 나라다. 국립 브룬디대 경제학과에 다니던 그는 2003년 대구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 육상경기대회 마라톤에 참가하려고 혼자 한국에 왔다. 2시간18분대 기록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귀국하지 않고 난민 신청을 했다. 모국 브룬디가 종족 간 갈등으로 오랫동안 극심한 내전 상태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민 지위를 얻기는 쉽지 않았다. 부징고씨는 인쇄소를 시작으로 시계 공장, 카메라렌즈 회사 등을 전전하다가 2005년 6월에야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요즘은 창원 국가산업단지 안에 있는 현대위아에서 일한다. 마라톤 동호회에서 만난 회원이 소개해줬다. 올봄에는 경남대 경영학부 3학년에 편입해 말 그대로 주경야독하며 한국인이 되는 꿈을 키워왔다. 그는 "안전하고 친절한 사람이 많은 한국에 정착하고 싶었다"고 했다.

새 이름을 '김창원'이라고 지은 이유에 대해선 "한국에 김씨가 가장 많고, 내가 정착한 곳이 창원이어서 그렇게 지어 보았다"며 "이제 '창원 김씨'의 시조가 됐으니 더 열심히 살겠다"고 했다. 이미 '김창원'이라고 새긴 명함도 갖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