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번호 21번은 직계 가족 외에는 접견 금지입니다."

지난 9일 부산 사상구 주례동 부산구치소 관계자는 김길태를 만나려는 기자에게 "본인도 외부 노출을 꺼리고 수용자 교화 측면에서도 가족 아닌 외부인 접견은 금지한다"고 말했다. 1심에서 사형 판결을 받은 김은 부산 사상구 덕포동 자기 집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이곳에 9개월째 독방에 수감돼 있다.

구치소 관계자는 "많은 돈이 김 앞으로 보관돼 있다"며 "대구의 한 신부가 사건 발생 후 면회를 거절당한 뒤부터 매달 10만~15만원의 영치금을 보내오고 있다"고 전했다. 김은 그 돈을 한 푼도 쓰지 않았다고 한다.

9일 부산 사상구 덕포동의 한 골목에서 여중생 성폭행·살인범 김길태의 어머니 윤씨가 동네에서 폐휴지를 모아 집에 가져가고 있다.

김의 덕포동 집은 전과 달리 분홍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었다. 아버지 김모(72)씨는 기자를 보자 "그놈 간(죽었는) 줄 알았는데 아직 안 갔느냐"면서 "법대로 사형을 시켜야 해. 총이라도 있으면 내가 쏴 죽였을 것"이라고 했다. 김이 '기억이 안 난다'며 범행을 부인하는 데 대해서도 아버지 김씨는 "다 요술 부리는 것"이라며 "교도소 안에서 배워온 게 전부 그런 것들"이라고 했다.

"청송, 안양, 안동, 진주…. 20년간 뒤치다꺼리 하느라 전국 안 가 본 교도소가 없는데 결국 남은 게 이거야. 이젠 다 끝이야, 다 잊었어."

김의 옥탑방에 있던 옷과 책, 집기들은 모두 치워졌다. 옥탑방 주위에 배추 10여 포기만 덩그러니 심어져 있었다. 김씨 부부는 자식이 없어 갓난아기 때 김을 입양해 키워 왔다. 김씨는 "40년간 봐온 동네 사람들도 아들을 잊으라고 위로합니다. 낳은 정보다도 키운 정이라는데…"라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어머니 윤모(69)씨는 "(남편이) 말은 저렇게 해도 처음 두 달간 소변도 못 볼 만큼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부부는 동네에서 폐휴지를 모아 팔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하루 5000~1만원 벌이다. 윤씨는 올봄 큰딸과 함께 구치소로 면회를 가 폐품을 모아 번 20만원을 영치금으로 넣어줬다.

윤씨는 "없는 형편인 걸 아니까 아들이 '돈을 뭐하러 넣느냐. 넣지 말라'고 하더라"며 "'다음에 또 올게' 해도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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