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은 외국 관광객이 800만명을 돌파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0년 한국을 찾은 외래 관광객은 목표치 850만명을 넘어 878만명(추정)을 기록했다. 2001년 400만명을 넘긴 이래 9년 만에 두 배가 뛴 숫자다. 이들 관광객이 쓰고 간 돈은 91억달러에 이른다. 관광 당국은 물론 업계는 2011년 목표치를 관광객 1000만명, 관광수입 98억달러로 잡고 '굴뚝 없는' 고부가가치 산업 성장에 매진할 작정이다. 한국 1000만 관광객 시대의 제1의 적수는 일본이다. 한·일 양국은 지난해까지 똑같이 '방문의 해'를 내걸고 2020년까지 관광객 2000만명 돌파를 목표로 삼고 있다. 관광객 1000만명 시대, 한국이 동북아 관광시장 주도권을 잡을 대책을 알아봤다.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노리는 한국. 그리고 한국을 무섭게 추격하고 있는 일본의 ‘관광 대전(大戰)’의 해가 밝았다. 한류는 물론 각 시장 맞춤형 전략이 승전 작전이다.

한국의 전략시장, 중국과 일본

2010년 한국을 찾은 관광객 878만명(추정) 가운데 양적으로 1위는 일본(303만명), 2위는 중국(189만명)이었다. 두 시장을 합하면 492만명으로 전체 878만명 시장의 56%다. 관광 수입금액은 일본 32억4000만달러, 중국 30억100만달러. 두 시장 합계가 62억4100만달러로 총 수입액 91억달러 가운데 69%다. 일본 관광객의 1인당 소비액은 1069달러인 반면 중국 관광객은 1588달러를 소비했다. 급성장 중인 중국 경제를 감안하면 향후 시장 잠재력은 중국이 훨씬 크다. 2010년 방한 중국 관광객은 2009년 대비 41%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유럽, 미국 등 다른 시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양적·질적으로 1·2위인 이 두 시장에 집중해 시장 맞춤형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4승6패… 엎치락뒤치락 경쟁

2010년 한일 양국의 관광객 목표는 한국 850만명, 일본 1000만명이었다. 한국은 870만명으로 목표를 초과했고 일본은 12월 초 현재 800만명을 갓 넘기는 성과를 기록했다. 이미 2007년 일본은 외래 관광객 800만명을 달성했다가 이후 세계 경기 침체 영향으로 성장이 둔화된 상황이다.

하지만 일본은 무섭다. 1970년대 이래 단 한 번도 한국을 앞서지 못했던 일본은 '일본 방문 캠페인(Visit Japan Campaign)'을 실시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6년간 한국을 앞질렀다. 2003년 당시 방일 관광객 수는 521만명. 이를 300만명 이상 늘리며 800만명이 넘을 때까지 걸린 기간은 2007년까지 4년이었다. 한국은 300만명 늘리는 데 2000년부터 10년이 걸렸다. 엔고 현상으로 일본이 주춤한 사이 한국이 2009년과 2010년 일본을 앞질렀지만, 언제 다시 뒤집힐지 모르는 상황이다.

중국시장 확대의 제1과제 - 숙박시설 확충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한국방문의 해 조직위 등 관광 당국에서는 ▲중국인 전용 고가 상품 개발 ▲한류 관광프로모션 ▲개별 여행자 전용 가이드북 발간 등 '판촉' 전략을 내놓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의 양적 확대를 노리는 전략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화교(華僑) 여행사 사장 A씨는 "중국인이 몰려와도 서울에 이들을 투숙시킬 호텔이 없어서 못한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멀고도 먼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A씨는 "현재 중국 여행업계는 1990년대 한국의 동남아 상품과 마찬가지로 저가 출혈 경쟁의 시대"라며 "싼 가격에 맞춰서 숙소를 정하려면 천상 서울 변두리의 저가 모텔·호텔에 투숙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베이징에서 판매 중인 서울·제주 4박5일 상품은 한화로 60만원대. A씨는 "현지 여행사에서 이윤을 남기고 손님을 보내면 항공료와 숙박비을 제외하면 한국 여행사들은 4박5일 동안 10만원으로 각종 경비를 조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숙소는 점점 외곽으로 밀려나고 여행사는 면세점의 쇼핑 커미션으로 이윤을 남긴다는 것. 하나투어 인터내셔날 박장진 중국팀장 역시 "정해진 가격 내에 호텔을 구하려다 보니 외곽으로 빠지게 된다"며 "서울 도심에 중저가 호텔 확충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일본시장 확충의 제1과제 - 지방상품 개발

개별 여행이 대세인 일본 관광객의 한국 여행 패턴은 '한국화'가 진행 중이다. 하나투어 인터내셔널 라옥화 일본팀장은 "올해는 전혀 생각지도 않게 가야문화 쪽으로 문의가 쏟아졌다"고 했다. 라 팀장은 또 "한정식 같은 거나한 음식이 아니라 진짜 한국 사람이 먹는 감자탕, 떡볶이, 보쌈을 찾는 일본인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라 팀장은 "예전에는 서울~경주~부산 벨트를 따라 일정이 이뤄졌지만, 지금은 전라권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시장이 이미 2회 이상 한국을 찾은 재방문객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한국관광공사 이병찬 일본팀장은 "역사 전문가와 동행하는 투어도 증가하고 있고, 고가 상품도 증가 추세"라고 말했다.

요체는 이 같은 변화에 상응하는 지방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라옥화 팀장은 "지방 어딜 가든 특색 없이 비슷하고, 특산물이라는 개념도 없다"며 "오히려 서울에서 지역 특산물이 더 저렴해 쇼핑 요인이 없다"고 말했다. 한 문화답사 단체 간부는 "한국인도 지방 여행 때 살 거리가 없고 거기서 거기인 축제에 식상해하는 판에 일본인의 지갑을 열려면 더 정교하고 세련된 지역 문화상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