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 동안 화재로부터 서울 심장부를 지켜온 소방 망루(望樓·감시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서울중부소방서는 6일 "충무로3가 '충무로119안전센터'가 재건축으로 헐리면서 서울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소방 망루 역시 8일 철거작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충무로119안전센터는 1964년 건립 당시 지상 2층 건물에 6층 높이의 망루를 설치해 도심 전체를 조망하고 24시간 화재를 감시하는 역할을 했다. 중부소방서 이상일(45) 팀장은 "지금은 전화로 화재 신고를 받지만, 예전에는 망루 요원이 따로 있어 이들이 직접 망루에 올라가 불이나 연기를 발견하면 경종·나팔·사이렌 등을 울렸다"고 말했다.
소방 망루는 시내에 고층 빌딩이 드물고 전화가 널리 보급되기 전인 1970년대 말까지만 해도 화재 발견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으나 통신수단이 발달하고 소방서 건물이 현대화되면서 서서히 우리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충무로 망루는 '소방 역사'의 상징물이기도 했다. 이은섭(39) 소방관은 "지금도 전화로 화재 신고를 받고도 어딘지 몰라 헷갈리는 곳이 있으면 가끔 망루에 올라가 정확한 화재 위치를 확인하기도 한다"며 "마지막 소방 망루를 보존해 사람들에게 망루의 역할과 소방관이 하는 일을 알리는 장소로 만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못내 안타깝다"고 했다. 조종환(36) 소방관은 "주변에 고층 건물이 많이 생기면서 6층 망루는 눈에 잘 띄지도 않았지만, 망루가 남아있는 곳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막내 김현철(27) 소방관은 "망루를 보면서 선배 소방관들이 일하던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는데, 막상 헐린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중부소방서는 "1970년대 이전 소방서 건물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충무로 망루는 보존 가치가 큰 곳이지만, 청사 건물 외부에 균열이 생기는 등 안전사고 위험이 커 철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