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민간항공국(CAA)은 비행기에서 승객들이 성관계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마일 하이 플라이츠(Mile High Flights)' 항공사의 운항면허를 취소했다. 텔레그래프 1월 11일

항공기 안 밀폐된 공간에 침대를 놓고 승객들이 성관계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영국 항공사 마일 하이 플라이츠. 그동안 640파운드(한화 약 110만원)를 내면 이 항공사의 항공기를 탈 수 있었지만, 최근 영국 민간항공국에서 '조종사의 정신을 심하게 산만하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운항면허를 취소했다. 2007년 세워진 이 회사가 성적(性的)으로 독특한 발상을 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천상(天上)에서 성행위를 해본 사람들이 멤버가 될 수 있는 'The Mile High Club'이라는 모임도 미국에 실제 있다. 지상(地上)에서 1마일 이상 높은 곳에서 성관계를 맺고 클럽 사이트에 자신의 경험담을 올리면 가입완료되는 이 클럽은, 1916년 미국의 조종사 로렌스 스페리가 뉴욕 상공을 날면서 성관계를 맺다가 추락한 후 만들어졌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 대가는 혹독하다. 2007년 1월 호주 다윈에서 인도로 가는 콴타스항공 여객기 안에서 영국 영화배우 랄프 파인즈와 화장실에서 관계를 맺은 여성 승무원은 회사에서 해고당했다. 전직 국내 항공사 직원은 "몇년 전 항공기 벙커(승무원이 쉬는 공간)에서 남녀 승무원이 관계를 맺다가 기장에게 들켜 둘 다 해고당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비행기 안에서의 성행위가 처벌받는 근거는 무엇일까. 일단 '비행기 안에서 성행위를 하다 적발될 경우 처벌받는다'라고 명시한 법은 국내·외에 없다. 2008년 싱가포르항공이 "퍼스트클래스라도 비행기 안에서 성관계를 할 수 없다"고 규정을 만들어 화제가 된 적은 있다. 국내 항공기 안에서 성행위를 하다 적발돼도 100% 국내법 적용을 받는 것도 아니다. 항공법 전문가인 항공대 박원화 교수는 "항공기가 통과하는 영토 또는 영해가 속한 나라의 법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항공사에서는 형법에 나와 있는 공연음란죄와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 제23조를 적용한다. 제23조에는 '다른 사람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나와 있다. 이를 어겼을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국내 한 항공사 관계자는 "항공사는 승객을 안전하게 운송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에 승객의 안전유지 협조의무를 기내에서 강제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른 항공사 관계자는 "공연음란죄를 적용할 수 있는데 아직까지 그런 사고가 일어나진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비해 성문제에 관해 개방적인 외국은 어떨까. 한국외대 김성규 교수(법학)는 "독일형법에도 공연음란죄(183조)가 있는데 이는 남성에게만 해당되는 법이기 때문에, 상대 여성의 경우 질서위반법(118조)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처벌한다"고 설명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비행기 안 성행위에 대해 질서위반법이나 형법상 공연음란죄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형법 198조), 오스트리아(218조), 미국(251조)이 대표적인 경우다. 비행기뿐만 아니라 기차에서의 행위도 마찬가지다. 작년 12월 29일 열차 안 화장실에서 관계를 맺다 발각된 연인에 대해, 벨기에 국영 철도회사는 "풍속을 위반했고 다른 승객을 존중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중처벌 대상"이라고 강력한 처벌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