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글러브'의 클라이맥스. 청각장애 학생들로 이뤄진 충주성심학교 야구팀은 군산상고와의 전국대회 첫 경기에서 연장 12회말 2사 1·3루 위기를 맞는다. 충주성심고 배터리는 사인을 정해 놓고 있었다. 포수가 눈을 만지면 투수가 1루에 견제구를 던져 타자를 잡자는 약속이었다. 그런데 타자가 타석을 발로 고르면서 흙이 포수 얼굴에 튀었고 포수가 무심코 눈을 비볐다. 투수는 투수판을 밟은 상태에서 발을 빼지 않고 빨리 1루에 견제구를 던지려고 했다. 하지만 1루수가 베이스 커버를 들어오지 않아 투수는 동작을 멈추고 만다. 이 순간 심판이 '보크'를 선언하면서 3루 주자가 홈을 밟는다. '끝내기 보크' 패배였다. 만약 같은 상황에서 투수가 투수판에서 발을 떼었더라면? 투수가 1루에 공을 던지지 않았더라도 보크가 아니다.

어지간한 야구팬이라도 보크 규정은 헛갈린다. 보크(Balk)는 투수가 주자를 속이기 위해 규정에 어긋난 투구 동작을 하는 것을 뜻한다. 보크가 선언되면 투수가 던진 공의 카운트는 무효가 되고 주자는 다음 베이스로 간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야구 규칙엔 보크에 해당하는 경우가 13가지이다. 투수판에 발을 대고 있을 때와 없을 때의 부정 동작들이 대부분이다. 특수한 상황들도 규정되어 있다. 투수판에 발을 대고 있을 때 고의 여부와 관계없이 공을 떨어뜨리거나, 타자가 충분히 자세를 갖추기 전에 투구했을 때(퀵 피치), 정규 투구 자세를 취했다가 공에서 한쪽 손을 떼었을 때 등이다. 국내리그 통산 최다 보크는 전병호(전 삼성 코치)의 10개. 한 이닝 최다 보크는 2개(노장진 등 6명)였다. 영화 '글러브'처럼 끝내기 보크도 네 번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