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리조트가 세 번째 주인을 맞았다. 대한전선은 지난달 28일 부영주택과 무주리조트 지분 74.5%(최대 주주)에 대한 매각계약을 체결했다. 부영이 새 오너로 등장한 것이다. 유럽식 스키리조트를 표방하면서 지난 1990년 개장한 무주리조트는 이로써 쌍방울, 대한전선을 거쳐 세 번째 오너를 맞이한 셈이다. 양측은 7일 동안 실사 및 가격협상을 거쳐 이날 본계약을 체결했다. 외형상 부영이 무주 인수를 위해 쏟아부은 자금은 1360억원이다.
세 번째 주인을 맞게 된 무주리조트에 대해 지역에서는 "참 기구하다"는 반응들이었다. 전(前) 소유주 대한전선은 지난 2002년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원(原) 소유주 쌍방울개발로부터 1473억7800만원에 무주리조트를 인수했다. 대한전선도 인수 당시 현금 동원력이 막강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10여년 만에 쌍방울이 그랬던 것처럼 결국 무주리조트의 화(禍)를 피하지 못했다.
대한전선은 국내전선 수요가 살아나지 않자 사업다각화 시도차원에서 무주리조트를 인수했다. 하지만 무주리조트는 2008년 96억원, 2009년 64억원 적자를 내며 모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었다. 2009년 6월 현재 주 채권은행인 하나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하면서 주력사업인 전선 외 비주력 사업과 보유부동산 매각에 나서야 했다. 무주리조트는 매각대상 제1호였다. 하지만 고 설원량 회장과 부인 양귀애 명예회장의 무주리조트에 대한 애정이 워낙 각별했기 때문에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서울대 음대 출신인 양 명예회장은 주말마다 이곳에 머물며 각종 연주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래서 양 명예회장은 대한전선이 재무구조가 양호해질 경우 지분을 재인수할 수 있다는 '바이백 조항' 삽입을 원매자에게 요구해 협상과정에서도 큰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주리조트 새 주인 부영은 국내 최대 민간임대주택 건설사다. 지난해 시공능력 68위 중견건설사로 '사랑으로'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내세워 임대주택사업에 주력해왔다. 지난해 말 기준 246개 사업장에서 18만6864가구를 완공했으며, 이 중 80%가 임대아파트다. 부영이 리조트 사업에 뛰어든 배경 또한 과거 대한전선과 마찬가지로 풍부한 자금력이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현금보유분은 3590억원으로 추정됐다. 이를 기반으로 부영은 2년 전부터 사업 다각화에 시동을 걸었다. 2009년 뚝섬 상업용지 4구역을 3700억원에 낙찰받아 고급주택사업건설에 나섰고 지난해 말부터 방송과 금융업 분야로 투자영역을 확대해왔다.
주택건설사 부영측이 무주리조트를 인수한 이유는 경쟁 스키장 리조트에 비해 숙박시설을 지을 여력이 많고 스키슬로프 시설대비 숙박시설이 용평리조트와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무주리조트는 개장 당시 전북 무주 덕유산 일대 726만㎡(220만평)를 단지로 개발하면서 사계절 휴양지이자 캐시카우(현금창구)로 여겨졌다. 하지만 쌍방울은 1997년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개최하면서 무리한 시설확장이 문제가 됐다. 결국 그해 몰아닥친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돌풍을 피하지 못하고 화의신청을 했다. 그래서 새주인이 된 부영에 대한 기대가 크다. 주변에서는 부영이 무주리조트를 잘 경영해 전북의 대표적인 관광리조트 상품으로 자리잡게 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3일 전북 무주군 설천면 무주리조트 주변 별미식당. 식당 내 손님들 사이에서는 또 주인이 바뀐 무주리조트가 화제였다. 무주 지방세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무주리조트의 오너가 바뀐다는 것은 지역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이어서 주민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덕중 무주리조트 전략기획팀장은 "무주리조트는 연 200만명의 이용객이 다녀갈 정도로 지역사회와 국민레저 스포츠 향상에 기여해왔다"며 "무주를 중심으로 2만7000여명의 주민들 생계와 직결돼 있어 이번 인수가 무주리조트의 새로운 도약으로 이어지도록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5일자 B6면 '주인 바뀐 무주리조트 다시 한번 날까' 기사 중 '부영이 쏟아부은 자금은 1360억원이지만 무주리조트의 순부채 900억원을 제외하면 500억원에 매입한 것이다'는 무주리조트 순부채(900억원)를 포함, 매입금액이 2260억원이기에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