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대전 9번 외국인이야? 이름은 한국 이름인데."
6일 울산과 대전의 2011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1라운드 경기가 열린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 기자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경기장과 출전선수명단을 번갈아 갔다. 명단에는 대전의 9번 선수로 '박은호'라고 적혀있었다. 하지만 정작 경기장 위에서는 검은 피부에 곱슬머리인 외국인 선수가 9번을 달고 뛰고 있었다. 한국식 이름을 등에 단 9번 선수는 전반 19분과 후반 6분 강력한 프리킥골 2방으로 울산을 2대1로 무너뜨렸다. 관심이 집중됐다. 9번 선수는 경기가 끝난 뒤 완벽한 한국식 이름을 가진 이유를 밝혔다.
9번 선수의 원래 이름은 '께리노 다 실바 바그너(Qerino da Silva Wagner)'다. 구단에서는 '바그너'로 불렸다. 그런데 바그너와 친해진 대전 선수들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바그너의 '바'자를 빼고 '그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그너야'라고 불러댔다. 자신을 특이하게 부르자 통역에게 왜 그런지 물었다. 한국에서는 성씨가 앞으로 가고 이름을 뒤에 붙인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자신을 '그너'라고 부른 것은 그만큼 선수들이 자신을 친근하게 느끼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는 한국 이름을 지어달라고 했고 결국 '박은호'라는 이름을 얻게됐다. 박은호는 "한국식 이름이 너무 마음에 든다"면서 즐거워했다.
선수 본인이 만족해하자 대전 구단도 머리를 짜냈다. 당초 바그너라는 이름으로 등록하려던 계획을 바꾸고 '박은호'로 등록을 추진했다. 프로축구연맹에 문의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변을 받았다. 이렇게해서 K-리그 최초의 한국 이름을 단 외국인 선수가 탄생한 것이다. 우연치않은 효과도 얻었다. 대전의 원톱 스트라이커 박성호와 더불어 '호-호 라인'을 구축하게 됐다. 대전 관계자는 선수 네이밍을 가지고 구단을 알릴 수 있게 됐다며 즐거워했다. 울산=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