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장자연씨가 연예계의 성(性) 상납 관행을 폭로하는 문건을 남기고 자살한 지 2년 만에 그가 교도소의 친구에게 보냈다는 편지가 공개돼 다시 사건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 사건은 철저히 밝혀져야 하지만, 일부 언론 매체가 마치 조선일보 사장이 이 사건과 관련 있는 듯이 보도하는 행태가 되풀이 되고 있다.
◆조선일보 사장 연루설이 나도는 이유
고 장자연씨 문건에 '조선일보 사장'이라는 표현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씨가 쓴 '조선일보 사장'은 조선일보 계열사인 스포츠조선의 전 사장인 것으로 명백히 확인됐다. 장씨가 문건에 '조선일보 사장'이라고 쓴 것은 자신에게 성 상납을 강요한 연예기획사 대표 김모(42·)씨가 평소 스포츠조선 전 사장을 그냥 '조선일보 사장'으로 불렀기 때문이었다. 장씨가 '조선일보 사장'으로 알았던 사람은 실은 스포츠 조선 전 사장이었다.
◆스포츠조선 전 사장
경찰과 검찰 수사결과 김씨가 장자연씨에게 소개한 사람은 스포츠조선 전 사장이었다. 김씨 스스로 서울 한 중국음식점에서 장씨를 스포츠조선 전 사장에게 소개했다고 인정했다. 김씨와 스포츠조선 전 사장은 잘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연예기사를 주로 다루는 스포츠신문 특성상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김씨는 주위 사람들에게 스포츠조선 사장을 '조선일보 사장'으로 불렀다. 이는 경찰과 검찰 수사결과에서 거듭 드러났다.
◆검찰의 수사결과
장씨에게 성상납을 강요한 김 모씨는 2년전 사건이 터지자 일본으로 도피했다 귀국한 뒤에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조사결과 사진 참조). 그 검찰 조사에서 김씨는 "(실제) 조선일보 사장과는 전혀 모르는 사이다"고 진술했다. 물론 조선일보 사장 역시 사건 당시 김씨나 장자연씨의 이름 조차 몰랐다. 김씨가 스포츠조선 사장을 '조선일보 사장'이라고 불렀다는 것은 다음과 같이 세 차례나 확인되고 있다.
◆김씨 오찬 약속
김씨의 스케줄표엔 '2008.7.17. 조선일보 사장 오찬'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조선일보 사장은 그 날 김씨가 아닌 모 재단 이사회에 참석한 뒤 이어진 오찬까지 함께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당시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들을 조사해 이를 확인했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조선일보 사장' 오찬이라고 기재된 것은 (2008년 당시)스포츠조선 사장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진술했다.
◆김씨의 주소록
김씨의 주소록엔 박모씨와 관련해 '조선일보 사장 소개'라고 적혀 있다. 검찰에서 김씨는 이에 대해서도 "스포츠조선 사장을 지칭하는 것인데 비서가 잘못 기재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김씨 비서 진술
김씨 비서 심모씨는 검찰에서 "내가 스케줄표나 주소록을 작성한 것은 맞으나 사장인 김모씨가 알려주는대로 기재하였을뿐"이라고 진술했다. 다시말해 김씨가 스포츠조선 사장을 '조선일보 사장'으로 불러주어 그대로 받아적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김씨는 평소 스포츠조선 사장을 그냥 '조선일보 사장'이라고 말하고 다닌 것이다. 당연히 고 장자연씨가 김씨로부터 '조선일보 사장'이라고 소개받은 사람도 스포츠조선 전 사장이었다.
◆언론계·정치권 문제
이와같은 사실들은 국내 대부분 언론사가 2년전 사건 당시에 확인해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상당수 언론이 기회만 있으면 교묘한 방법으로 마치 조선일보 사장이 이 사건에 관련이 있는 것처럼 기사를 쓰고 있다. 우리 언론 내부의 이념적 갈등과 경쟁 관계등이 이에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야당 일부 의원들은 국회 면책특권 등을 이용해 '조선일보 사장 관련설'을 주장했다. 이번에 2년전 장자연 문건과 다를 것도 없는 장자연씨의 편지라는 것이 새삼 보도된 것도 그들 중 한 사람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은 진짜 문제
장자연씨 문건에 나온 성상납 사례는 실제보다 작을 수 있다. 물론 이중에는 오해로 인한 피해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연예인으로 부터 성상납을 받은 각계각층의 인사들은 뒤에 숨어 있다. 김모씨만 제대로 조사하면 상당수 전모를 파헤칠 수 있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수사기관은 그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