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실리콘 밸리의 냄새는 카레"라는 말이 있다. 금융인 출신 작가 마이클 루이스(Michael Lewis)가 인도 IT 인력의 미국 내 영향력을 빗대 유명해진 말이다. 실제 미 IT 업계에는 3만여 명의 인도 기술인력 네트워크가 가장 강력하다. 인도 다음으로는 중국계 IT 인력의 목소리가 거세다.
여기에 도전하는 '제3의 물결'이 바로 재미 한인이다. 재미 한인 IT 공동체 'K그룹'에 따르면 한인 IT 인력이 실리콘 밸리에만 약 4000여명에 이른다.
IT 벤처로 성공한 재미 한인 1세대는 주로 60대 이상으로, 자수성가 후 벤처 투자가로 활약하고 있다. 'IT업계 재미 한인의 대부'로 불리는 이종문(83) 암벡스 벤처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이 회장은 1982년 컴퓨터 그래픽카드 회사인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시스템사를 설립하고 1995년 상장해 10억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1996년부터는 암벡스 벤처그룹을 설립해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활약 중이다.
황규빈(75) 회장은 1983년 모니터 제조·컴퓨터 네트워크 회사 텔레비디오를 설립해 1983년 한국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회사를 나스닥에 상장시켰다. '아시아의 빌 게이츠'로 불리는 김윤종(62) 자일랜 창업자는 1999년 컴퓨터 네트워크 벤처업체 자일랜을 20억달러에 알카텔에 매각한 뒤 국내외 벤처기업 투자와 자선활동을 벌이고 있다.
2·3세대는 20~50대로 대부분 활발하게 현역에서 활약 중이다. 김종훈(51) 벨 연구소 사장이 대표적인 2세대 재미 IT 벤처 기업인이다.
차세대 터치스크린 기술을 개발한 제프 한(35) 퍼셉티브 픽셀 대표도 유명하다. 2008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에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