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나는 가수다’가 첫 탈락자를 발표하자마자 격렬한 논란에 휩싸였다.

김건모가 탈락자로 결정된 후 재도전의 기회를 줬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재도전에 나서게 된 김건모와, 탈락에 반발해 녹화장을 벗어난 이소라에 대해 성토의 목소리가 상당하다. 결과적으로 재도전 결정은 ‘나는 가수다’를 길 잃게 만드는 아쉬운 결정으로 보인다.

연출자인 김영희 PD가 ‘’나는 가수다’는 서바이벌이라는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좋은 가수들의 좋은 공연이 본질’이라며 재도전 허가 이유를 설명했지만 흔쾌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어찌됐든 탈락자는 탈락하고 대신 그 탈락자는 떠났어도 여전히 최고의 가수라는 설명과 분위기를 만들었으면 싶다.

그런데 탈락과 재도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쏟아지는 시청자 반응 중에는 앞으로 ‘나는 가수다’가 풀어야 할 과제들이 드러나고 있다. ‘김건모는 떨어질만 했다’는 반응이 그 하나다. 또 하나는 ‘이소라가 방송이라는 시청자와의 약속에서 돌발 행동을 해 실망했다’는 분위기다.

김건모에 대한 성토는 열정적인 무대를 준비한 윤도현 등에 비해 공연에 성의가 없었다는 이유다. 노래도 열심히 안 했다는 뜻이다. 실제 그렇게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이는 김건모의 가치에 대한 판단으로는 정확하지 않다. 김건모는 노래를 쉽게 해서 한국 최고의 가창력으로 평가 받는 가수다.

김건모의 창법은 아무리 어려운 노래도 쉽게 풀어낸다. 그렇게 소화하는 과정에서 다른 가수들이 감탄을 금할 수 없는 김건모만의 멋과 맛이 생겨난다. 더구나 김건모는 이번 ‘나는 가수다’에서의 공연 컨셉트를 자연스러움으로 잡은 듯하다. ‘나는 가수다’ 시작 후 지금까지 보여준 두 번의 공연 모두가 같은, 그런 맥락이다.

편안하고 쉽게 부르는 가수는 열정적으로 부르는 가수에 비해 점수를 낮게 받기 쉽다. 낮게 읊조리며 절제해 부르는 가수가 큰 성량으로 내지르는 가수보다 대중들의 평가는 인색하게 받는다. 하지만 김건모처럼 부를 수 있는 가수는 많지 않다. 경지에 올라야 가능하다. ‘나는 가수다’가 앞으로 이런 계열의 가수들을 어떻게 정당한 평가를 받게 할 수 있을 지 걱정스럽다.

이소라에 대한 문제 제기들도 ‘나는 가수다’가 답을 찾아야 할 과제다. 이소라의 돌발 행동에 대해 ‘보기 불편하다’부터 ‘실망이다’, 심지어는 ‘방송하지 말고 콘서트만 해라’라는 반응까지 부정적인 반응들이 많다.

한국 대중들은 아티스트들의 틀을 벗어난 행동을 허용하지 못하는 정서를 갖고 있다. 수많은 해외 아티스트들이 방송에서, 이소라가 한 행동 수준이 아니라 반사회적일 수도 있을 정도의 기행을 벌여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해외의 분위기와는 많이 다르다.

한국이 틀리고 해외가 옳다는 것이 아니다. 취향의 문제일 뿐이다. 다만 한국은 아티스트의 퍼포먼스와 개인을 구분해서 받아들이지 않고 해외는 별도로 생각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대중 문화를 넘어 사회적으로 창의적인 괴팍한 천재가 자신의 능력으로만 평가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정말 뛰어난 아티스트들 중에서는 일반인들의 상식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한국에도 많다. 이소라만 해도 어느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극한의 감성은 그의 사회적이지 못한 성격과 깊게 연관돼 있어 보인다. 일반인들의 수준을 몇 차원 넘어 섬세하고 예민하게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소라는 다시 방송을 떠나 콘서트장으로만 돌아가야 하는 것일까. 그러면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이소라의 노래는 1년에 한 번 그의 연간 정기 봄 콘서트에서 밖에 들을 수 없게 된다.

'나는 가수다'는 이소라를 불러 내면서 사회성이 부족하지만 뛰어난 아티스트들과 방송의 관계 설정에 책임을 지게 됐다. '나는 가수다'가 해답을 찾았으면 한다. 이소라의 노래를 1년에 한 번, 관객이 제한된 콘서트만으로 듣는 것은 분명 이소라나 대중 모두에게 안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