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의 러시아행 얘기는 파다했다. 특히 미국 쇼트트랙의 대부인 장권옥 감독이 2010년 러시아대표팀 총감독에 부임하면서 안현수의 러시아행 소문은 힘이 실렸다. 물론 장 감독이 직접 "안현수 영입은 고려한 적도 없다"라고 얘기하면서 일단락되는듯 했다. 하지만 결국 11일 안현수는 아버지 안기원씨를 통해 2011년 쇼트트랙 국가대표 2차선발전이 끝난 뒤 러시아행을 선언했다(스포츠조선 4월12일자 단독보도).
안현수가 돌연 러시아행을 선언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안현수 본인이 지쳐있다.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3관왕 이후 안현수는 부침이 많았다. 올림픽 직후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직후 안현수의 아버지 안기원씨는 당시 김형범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과 멱살잡이를 했다. 한체대와 비한체대로 나뉜 파벌싸움 때문이었다. 심적으로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안현수는 2007년 장춘아시안게임 2관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시련이 시작됐다. 2007년 성남시청에 입단하면서 스승인 전명규 한체대 교수와 갈등이 있었다. 2008년 초 대표팀 훈련 도중 왼쪽 무릎 뼈와 후방십자인대 부분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다. 4차례나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 후에는 예전 기량이 나오지 않았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이후 터져나온 승부담합 파문을 보면서 한국 쇼트트랙에 더 크게 실망했다. 안기원씨는 "아들이 상처를 많이 입었다. 일단 러시아로 가서 바람도 쐬고 공부도 하면서 기분 전환을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소속팀인 성남시청이 해체되며 갈 곳이 없어졌다. 성남시가 방만한 시정으로 인한 재정적자가 커지자 애꿎은 운동부 퇴출에 돌입했다. 15개 운동부 가운데 하키, 펜싱, 육상 3개만 남기고 모두 해체했다. 다른 팀 역시 안현수를 데리고가기가 힘들다. 그들 입장에서 봤을 때 안현수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선수이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러시아에서 러브콜이 날아왔다. 러시아 시청팀에서 안현수의 영입을 바랐다. 20대 중반을 넘어선 안현수 역시 은퇴 뒤를 위해 외국 생활을 하는 것도 괜찮다는 결론을 내렸다.
관심의 초점은 역시 안현수의 러시아 대표팀 승선문제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규정에 따라 다른 나라의 대표로 뛸 수 있는 방법은 두가지다. 하나는 현지에서 1년간 거주한 뒤 체류국가 빙상연맹 동의를 받아 국적을 신청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현지에서 1년간 거주한 뒤 양국 빙상연맹의 합의에 의해 체류국가가 국적 획득 여부에 상관없이 대표자격을 부여하는경우이다. 하지만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안현수의 러시아 대표팀 이적에 합의할 이유가 없다. 결국 귀화밖에 없다. 하지만 안기원씨는 "현재 시점에서는 러시아 대표팀 승선 여부에 대해서는 결정을 내린 것이 없다. 현수가 한국대표팀에 대한 미련이 많다. 1년동안 러시아에서 생활하면서 생각해보겠다"라고 밝혔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