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인도 나가랜드주 코히마에서 열린‘한국-인디아 뮤직페스티벌' 현장

"저는 빅뱅의 지드래곤이 너무 좋아요."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 이민호는 내 마음을 뺏어갔어요."

중국과 일본, 동남아에 이어 유럽에까지 퍼진 '한류(韓流)' 열풍은 이제 새로운 소식이 아닐 정도다. 하지만 인도의 첩첩산중 오지의 '한국사랑'은 특별하다. 미얀마와 국경을 맞댄 인도 동북부 마니푸르주(州)의 주도(州都) 임팔에서는 지금 한국 대중문화 광풍(狂風)이 불고 있다. 프랑스 언론 등은 9일 "'볼리우드(인도의 영화나 영화 산업을 일컫는 이름)'가 물러난 자리를 한국이 점령했다"고 보도했다.

서울과 무려 3400여㎞ 떨어진 임팔에 불어닥친 한류 열풍이 특이한 이유는, 이 지역의 독립운동 움직임이 한류의 원동력이 됐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마니푸르주 임팔 일대는 미얀마의 땅이었다. 18세기에도 이곳은 미얀마 점령지였다. 이후 1826년 영국 보호 아래 이곳은 마니푸르 토후국(土侯國)이 자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역사적 배경으로, 인도로부터 줄기차게 독립을 주장해온 마니푸르의 혁명인민전선(RPF)은 2000년 "힌디어가 마니푸르 사람들을 인도화하고 전통문화를 말살한다"며 힌디어 콘텐츠 방영을 금지했다.

이로 인해 방송 콘텐츠가 바닥난 케이블 방송 사업자들은 난감해졌다. 이때 이들이 눈을 돌린 곳이 바로 24시간 영어로 지원되는 한국 아리랑 TV와 KBS 월드였다. 이들 채널 덕분에 지난 10년간 인도 오지에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자연스레 스며들게 된 것이다.

임팔 시장에서는 '산처럼' 쌓여 있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 DVD, 한국 가요 CD들을 판매하는 가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미용실에서는 닮고 싶은 한국 연예인의 머리 모양 사진이 줄줄이 걸려 있다. 특히 잘 꾸며진 남성 아이돌 그룹은 어린 학생들에게 남녀 불문하고 인기 최고다. 삐죽 뾰족 솟구친 한국 연예인풍 머리를 찾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이곳 학교나 시장 일대에서는 한국말도 종종 접할 수 있다. 외신들은 "임팔에서 한류가 얼마나 인기인지, 이곳에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등과 같은 한국어 문구가 자연스럽게 쓰인다"고 전했다.

이곳 학생 아크샤야 롱잠(14)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학교 기숙사에서 친구들과 한국어 표현을 연습하고 한국에서 살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도 자주 한다"고 했다. 대학생 소마 리쉬람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있으면 마니푸르에서의 일상을 잊을 수 있다"며 "여기는 물, 전기, 도로 시설 등 모든 것이 낙후돼 있지만, 한국은 완벽함 그 자체이자 환상의 세계처럼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