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주한(駐韓) 미군의 폭로로 경북 칠곡군 왜관읍 미군 기지에 대량의 고엽제(枯葉劑)가 묻힌 것으로 19일 알려지자, 고엽제가 얼마나 위험한 물질인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고엽제는 강한 제초제의 일종으로, 미군은 베트남전(戰)에서 울창한 밀림을 없애 베트공의 게릴라전을 막고, 군량 보급을 차단할 목적으로 이를 대량 살포했다. 고엽제는 저장 드럼통을 두른 띠 색깔에 따라 '에이전트 오렌지' '에이전트 화이트' '에이전트 블루' 등으로 불렀는데, 이중 에이전트 오렌지가 가장 많은 양 살포되면서 고엽제의 대명사로 통하게 됐다. 주한 미군이 1978년 왜관에 묻었다는 고엽제도 '에이전트 오렌지'다.
◆“인류 역사상 가장 독성이 강한 물질 중 하나”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고엽제에는 인류 역사상 가장 독성이 강한 물질이라는 ‘다이옥신’이 포함돼 있다. 고엽제를 만드는 화학적 과정에서 다이옥신이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옥신은 치사량이 0.15g인 청산가리의 1만배, 비소의 3000배에 이르는 독성을 가진 맹독 물질이다. 다이옥신 1g이면 2만명의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물질은 잘 분해되지도 않고, 용해도 되지 않기 때문에 인체에 극히 적은 양이 흡수됐다고 해도 점차 몸속에 축적돼 각종 후유증을 일으킨다.
고엽제는 폐암, 후두암, 전립선암 등 각종 암은 물론, 말초신경병, 버거씨병, 당뇨병 등 각종 질환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베트남전 당시 참전 군인들은 고엽제의 위험성에 대해 몰랐다. 이에 비행기로 고엽제가 공중 살포될 때에는 “모기에 물리지 않는다”며 고엽제가 쏟아지는 곳을 쫓아다니기도 하고, 고엽제 가루를 맨손으로 뿌리며 제초 작업에 나서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엽제로 인한 여러 후유증과 장애가 차츰 드러나자 1979년 9월 미국 베트남재향군인 오렌지 희생자회는 에이전트 오렌지 제조회사인 다우케미컬 주식회사 등 7개 업체를 대상으로 400억 달러 규모의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 1984년 5월 업체에서 고엽제 피해자와 가족에게 1억8000만 달러의 기금을 준다는 약속을 받고 합의하기도 했다.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도 고엽제 후유증이나 후유증으로 의심 가는 환자가 총 12만5680명(작년 12월 기준)에 이른다. 베트남도 200만 명에 이르는 전직 군인과 민간인 등이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정부 발표(1994년 6월)가 있었다.
유엔은 고엽제를 ‘제네바일반의정서’에서 사용 금지한 화학무기로 보고, 베트남 전쟁 이후 고엽제 사용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