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황미현 인턴기자] 세계적인 영화감독이자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라스 폰 트리에가 칸 국제 영화제에 설 수 없게 됐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유태인 비하 및 자신이 나치라는 충격발언을 했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자신이 감독한 영화 ‘멜랑콜리아’ 기자회견에서 독일계 혈통에 대한 질문을 받자 “나는 정말 유대인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러다가 내가 진짜 나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내 가족은 독일인이었는데 이것이 나에게 기쁨을 주기도 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히틀러를 이해한다. 그는 좋은 사람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아니지만, 나는 그를 많이 이해한다. 조금은 그에게 공감도 한다"고도 했다.
덧붙여 그는 "그렇다고 2차 대전에 대해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유대인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사태를 수습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내 "유대인을 조금은 싫어한다. 이스라엘은 골칫거리이기 때문이다.”라는 위험한 발언을 이어나갔다.
또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히틀러를 위해 일한 건축가 알버트 스피어를 좋아한다”면서 “좋다. 나는 나치다. 예술의 측면에서라면 나는 스피어를 지지한다. 그는 신이 나은 최고의 인간이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나치에 대한 그의 견해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블록버스터를 만들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있다. 우리 나치들은 큰 스케일의 영화를 만드는 걸 좋아한다.”며 화제를 이어 나갔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이 같은 발언은 즉각 논란을 낳았다.
2차 세계대전 전범이자 수백만명의 유태인을 학살한 나치, 히틀러에 대한 옹호는 유럽에서 금기나 다름없다. 곁에서 감독의 발언을 듣던 ‘멜랑콜리아’의 주연배우 커스틴 던스트조차 “끔찍하다”라고 발언하며 놀람과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을 정도다.
칸 영화제 측은 논란이 일자 공식 성명을 내고 라스 폰 트리에 감독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이들은 감독의 발언으로 혼란스럽다고 밝히는 한편 "영화제가 그런 주제, 그런 선언을 위한 토론장이 되도록 결코 내버려두지 않겠다"고도 단호하게 밝혔다.
칸국제영화제 측은 라스 폰 트리에 감독에 대해 사실상 영화제 금지 조처를 내렸다.
하지만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라스 폰 트리에의 '멜랑콜리아'는 이번 영화제 경쟁 부문에 가장 유력한 황금종려상 후보 중 하나로 꼽히고 있어 오는 22일 시상식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한편 56년생 덴마크 출신인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1984년 영화 '범죄의 요소' 로 데뷔했으며 '어둠속의 댄서'로 2000년 제53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브레이킹 더 웨이브'로 1997년 세자르 영화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유로파', '도그빌' 등의 작품으로 영화작가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았다.
동시대 '문제적 감독' 중 한 명으로 손꼽히며 전작 '안티 크라이스트'는 난해한 주제와 선정적인 표현 등으로 뜨거운 논란을 낳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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