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카페라테 3잔, 도넛 6개, 샌드위치 2개 주문하셨습니다. 너무 많지 않나요?"

로봇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지난 1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야탑동의 '퓨처로봇' 사무실. 직원 2~3명이 이 회사가 개발한 외식업체용 서비스 로봇 '퓨로'의 모니터 화면을 들여다보며 로봇이 행동해야 할 '시나리오'를 입력하고 있었다.

지난 15일 오후 경기도 성남‘퓨처로봇’사 직원들이 사무실 인근의 한 식당에서 안내 서비스 로봇‘퓨로’를 가져다 놓고 시연을 해보이고 있다. 이들 로봇은 이르면 오는 9월 서울 용산 전자랜드에 문을 여는‘로봇 레스토랑’에서 일하게 된다.

시나리오에 따라 이 로봇은 식당이나 놀이공원, 병원, 전시장 등 각종 현장에 투입될 수 있다. 로봇의 머리 앞부분에는 젊은 여성의 얼굴 모습이 띄워진 작은 모니터가 있어서 말할 때마다 입을 움직이고, 실망한 표정, 웃는 표정, 놀란 표정을 보여주거나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사람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

이용법은 비교적 간단했다. 워드프로세서로 문서를 편집하듯이 필요한 문장을 컴퓨터 자판으로 입력해 두면 이 시나리오에 따라 로봇이 말하고 움직였다. 이 회사 송세경 대표는 "스마트폰처럼 나중에는 이용자들이 로봇에 필요한 어플을 내려받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퓨로는 손님이 들어오면 빈 테이블로 안내하고 앞에 서서 주문을 받고 결제까지 도와줄 수 있다. 로봇의 안내에 따라 모니터 화면을 터치하면 그 자리서 주문이 이뤄지고 매장의 결제시스템과 연동해 카드나 현금으로 계산이 이뤄진다. 하지만 음식을 테이블까지 가져다주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퓨로는 일본 혼다의 '아시모'처럼 두 발로 걷거나 손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은 아니다. 바퀴로 움직이고, 두 손에 부착된 21인치 모니터를 들고 있다. 핵심은 주문이나 안내를 위한 대화가 가능하고, 표정으로 인간과 교감할 수 있다는 것.

퓨처로봇은 이르면 오는 9월 서울 용산 전자랜드 4층에 오픈하는 레스토랑에 서빙 로봇 4대를 공급할 계획이다.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도 구사할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도 4대를 계약했고, 현대중공업울산의 아산기념전시실에 퓨로를 안내용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송 대표는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정교한 로봇은 엄청난 규모의 개발 자금이 투입되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기는 어렵다"며 "우리는 소비자 입장에서 당장 쓸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들은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IT와 결합한 서비스용의 '스마트 로봇'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군사용 로봇은 일찌감치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고,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형 로봇은 일본이 주도권을 쥔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상용화'에 나설 수 있는 틈새시장을 '서비스 로봇'에서 본 것. 국내업체들은 외국인 강사의 얼굴을 로봇의 얼굴 모니터에 띄워놓고 원격으로 회화를 가르치는 '교육용 로봇'이나 노인 요양소에서 치매 환자들의 인지능력 향상을 돕는 '감성형 로봇' 등을 활발하게 개발하고 있다.

한국로봇산업협회 조영훈 본부장은 "우리의 뛰어난 IT(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면 상상 외로 다양한 '로봇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며 "마치 스마트폰이 어떤 어플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활용도에 큰 차이가 나듯이 로봇 산업도 앞으로는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바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