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아이유는 노래를 잘한다. 참 예쁘게도 부른다.
그가 '좋은 날'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기까지 누구보다 큰 활약을 펼친 두 사람이 있다. 그의 음역과 음색을 가장 빛나게 한 선율을 지은 이민수(41) 씨와 수줍은 소녀의 고백을 속삭이듯 풀어낸 김이나(33) 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들이 팀을 이뤄 만든 노래는 최근 몇 년간 가요계를 강타하고 있다. 브아걸의 '아브라카타브라' '러브' 등이 이들의 대표작이다.
그런데 이 두 사람, 매우 재미있는 캐릭터다. 무슨 말이든 재치 있게 하고, 어떤 표정을 짓든 주위 사람을 웃게 만든다. 이러한 성격 덕분일까. 그들의 노래는 이별을 다룰지라도 기분 좋게 끝난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결은, 무슨 일이든 즐겁게 임하는 자세다.
보잉 스타일의 검은 선글라스를 쓴 이민수 씨는 의자에 앉자마자 웃기 시작했다. 한여름인데 긴소매의 검은 재킷을 입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그는 무척 즐거워 보였다. 옆에 앉은 김이나 씨와 장난스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통편집된 일이 있다. 오늘도 그렇게 되느냐?"라며 기자에게 이것저것 물었다. 범상치 않은 캐릭터다.
"사람들이 저를 만나면 아이유에 관한 것만 물으시더라고요. 흑흑. 노래를 무척 잘하는 가수예요. 작곡가가 만나고 싶어 하는 가수죠. 목소리 톤도 예쁘고, 실력도 뛰어나요. 심지어 귀여운 외모까지 갖췄으니 부족한 곳이 없죠. 자, 이제 아이유에 대해 다 이야기했으니, 저는 집에 가야 하나요?(웃음)"(이민수)
그가 작곡가가 된 계기는 이렇다. 고등학교 졸업 후 사진공학과에 입학했지만, 교내 밴드 동아리 활동을 더 열심히 했다. 입학식 날 본 밴드부의 모습을 보고 그저 멋있다고 느꼈고, 그 후 작곡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가 낡은 LP판을 쟁반 삼아 선배들의 커피를 실어 나르는 동안 틈틈이 배운 음악은 밴드부의 5년 선배였던 작곡가 박해운 씨의 지도로 구체화된다.
"공장에서 일했다니까요. 2000년부터 박해운 선배님의 작곡 팀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하루에 세 곡씩 찍어내야 했어요. 일정이 빡빡했죠. 선배님께서 선율을 만드시면, 저희가 코러스를 짓거나 편곡을 담당했어요. 당시 저는 영광스런 기회라는 생각에 무조건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납니다."(이민수)
그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작품은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데뷔곡 '다가와서'다. 이후 '러브' '아브라카타브라' '마이 스타일' 등을 만들며 신인 걸그룹의 이름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때부터 한호흡을 맞춘 김이나 씨는 "민수 씨가 작곡하는 곡은 타율 100%의 확률로 히트 중"이라고 자랑한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민수 씨는 "요즘은 97%로 내려가서 슬프다"며 괴로운 표정을 짓는다.
"'좋은 날'의 녹음을 시작한 즈음일 거예요. 담당 프로듀서랑 민수 씨가 가사에 '오빠'를 넣자고 진지하게 의논하고 있더라고요. 저는 결사반대했어요. 소녀시대가 아닌 가수가 무대에서 '오빠'라고 노래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거든요. 결국 두 사람의 의지로 아이유는 '오빠가 좋은걸'이라는 노랫말을 불렀죠. 오빠라는 한 단어가 '좋은 날'을 홈런으로 만들 줄은 몰랐어요."(김이나)
김이나 씨가 "민수 씨가 듣고 싶은 말을 의도적으로 넣은 게 아니냐"며 놀려대자 이민수 씨는 "실제로 아이유는 나에게 오빠라고 한다. 무엇이 잘못되었나?" 하며 억울해했다.
"저는 남자 가수와는 일하지 않습니다(웃음). '좋은 날'의 하이라이트인 3단 고음은 12초 동안 쉬지 않고 발성해야 하는 어려운 부분이죠. 하지만 아이유는 세 번 만에 완벽히 소화했어요. 힘들었던 점은 아이유가 학생이라 그런지 밤 10시만 되면 졸려해서 녹음하기가 어려웠어요. 보통은 오후 6시부터 새벽 5시까지 녹음하는데, 아이유는 특별히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 작업을 했죠. 저희는 죽을 맛이었어요. 이 동네 사람들의 일과로 치면 오후 1시는 한밤중이거든요."(이민수)
배우 못지않은 미모로도 유명세를 탄 작사가 김이나 씨는 2006년 성시경의 ‘어느 멋진 날’로 데뷔했다. 그는 원래 작사가가 될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그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도 참 황당해요. 작곡가 김형석 씨는 당시에도 굉장히 유명한 분이었죠. 그런 분을 찾아가 무작정 제가 만든 곡을 들어달라 하고, 피아노도 치고 그랬다니까요. 어릴 때부터 작곡가가 되고 싶었는데, 그 마음이 가장 크게 타오르던 때가 아닌가 싶어요.”(김이나)
그는 김형석 씨의 지도로 몇 개월간 작곡을 공부했다. 김형석 씨에게 “특별한 재능이 없다”는 말을 듣던 그는 어느 날 “가사를 한번 써서 가져오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것이 그가 작사가로 활동하게 된 사연이다.
“제가 경험한 일을 그대로 가사로 옮길 때도 많아요.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그려야 할 때는 확실히 지난 일들이 도움이 되고요. 곡에 가사를 붙일 때 자석처럼 착착 붙는 선율이 있는데, 이민수 씨의 곡이 그래요.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이 어쩌면 그렇게 딱 들어맞는지…. 아무리 좋은 가사를 붙여도 선율이나 구조와 맞지 않으면 소용없거든요. 작사가에게 이민수 씨는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임이 분명해요.”(김이나)
그는 요즘 노래 한 곡을 두고, 적게는 2명부터 많게는 8명에 이르기까지 작사가들에게 작사를 의뢰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한다. 작사가 입장에서는 경쟁이 치열한 셈이다. 자신이 쓴 가사가 그 곡에 잘 어울리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요즘 작사가들의 큰 과제라고 한다.
“대중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요소를 항상 고민해야죠. 물론 인기 순위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노래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작품성만큼이나 흥행도 중요하니까요.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그저 저희가 하고 싶은 방향으로 최선을 다해 작업했을 때 반응이 좋은 것 같기도 하고요. 대중의 마음보다 한 발 앞서가는 일이 필요해요.”(김이나)
이들은 지난해 열린 ‘멜론 뮤직 어워드’의 송 라이터 부문에서 공동으로 상을 받았다. 우리나라 가요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칭찬받은 것이다. 이렇듯 기분 좋은 전성기를 보내는 그들은 언제 가장 행복할까.
“매달 23일이 가장 행복합니다. 저작권료가 나오는 날이지요. 하지만 24일이면 또 기운이 빠집니다. 은행에서 돈을 가져가니까요(웃음). 작곡가로 뿌듯할 때는 제 주위 사람들이 제가 만든 노래를 흥얼거릴 때죠.”(이민수)
“앨범의 메인 타이틀뿐 아니라 다른 수록곡을 기억해주는 사람을 볼 때 흐뭇해요. 제가 만든 가사를 가수가 무대에서 제가 생각한 대로 표현해낼 때 보람을 느낍니다.”(김이나)
한참동안 목청 높여 얘기하던 두 사람에게 평소 즐겨 부르는 노래를 소개해달라고 했다. 김이나 씨는 조덕배의 ‘그대 내 마음에 들어오면’을 꼽았고, 이민수 씨는 박영규가 부른 ‘카멜레온’이 애창곡이라고 일러주었다.
“참 저희는 실제 부부가 아니라는 말도 기사에 꼭 써주세요. 오해를 많이 받고 있어서요. 코미디언 배일집・배연정 씨처럼요. 이나 씨는 남편이 있답니다.”(이민수)
경쾌하고 신나는 분위기에 자석처럼 따라가는 노랫말을 짓는 환상의 짝궁 이민수, 김이나 씨. 앞으로 그들이 만들 노래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