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남아공·사진)는 2008 베이징 장애인올림픽에서 100·200·400m 우승(T44급·절단 장애 3등급 중 두 번째)을 휩쓸었다. 이번에 처음 출전자격을 따낸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에서는 400m만 출전할 예정이다.
두 다리에 J자 모양의 얇은 탄소섬유 의족을 끼고 달려 '블레이드(blade·날) 러너'로 불리는 그는 비장애인 선수들보다 스타트가 늦고 가속도가 붙기까지 시간도 더 걸린다. 단거리인 100·200m는 스타트가 늦으면 치명적이지만 400m는 상대적으로 기록 손해가 적다.
피스토리우스가 선택한 400m는 '달리기 종목' 중 가장 가혹하고 고통스러운 레이스로 꼽힌다. 레이스 도중 몸 안에 저장해둔 에너지가 고갈되면서 근육에 피로와 통증을 유발하는 젖산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선수가 호흡으로 들이마신 산소를 이용해 운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데는 최소 40초 이상이 걸린다. 그래서 단거리 선수들은 이미 근육에 저장된 에너지를 짧은 시간에 모두 쏟아부으며 달린다.
근육에 저장된 에너지로 레이스하는 100· 200m와 달리 400m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달리려면 에너지가 추가로 필요하다. 이때 우리 몸은 당분을 분해해 에너지를 생산해내는데, 부산물로 젖산이 다량 분비돼 몸 안에 축적되기 시작한다. 400m 선수들은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에서 젖산의 공격을 받으며 팔다리를 움직여야 하므로 극심한 고통에 빠져든다. 1999년 세계기록(43초18)을 세웠던 마이클 존슨(은퇴·미국)이 현역 시절 "마지막 50m는 기도하면서 뛴다"고 했을 정도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IAAF(국제육상경기연맹)와 피스토리우스가 출전자격 논란을 벌였을 때도 젖산은 중요한 이슈였다.
IAAF는 "피스토리우스는 종아리 근육과 정강이, 발이 없으므로 그 부위에 젖산 분비가 없어 통증도 느끼지 않는다"면서 "400m 선수들의 스피드가 레이스 도중 떨어지는 이유는 결국 젖산 때문"이라며 피스토리우스의 올림픽 출전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피스토리우스는 "다리가 없어 등 근육을 비롯한 다른 부위 근육을 더 많이 쓰는데 여기에 젖산이 더 쌓여 끔찍한 통증을 느낀다"면서 "젖산 총량은 다른 선수들보다 적을 수 있겠지만 단위 근육당 분비량으로 따지면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