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는 요즘 '라틴어 교육 강화' 문제가 화두다. 라틴어 학습을 시작하는 중학교 2학년생이 외국어 선택과목으로 라틴어를 선택하는 비율은 15년 전 26%에서 작년에는 21.8%(16만8543명)로 하락했다. 특히 고교 3학년생의 라틴어 선택 비율은 4.3%(1만9925명)까지 급감해 교육·문화계의 위기의식이 높아졌다.
프랑스어 단어의 70~80%는 라틴어가 어원이다. 특히 가톨릭 전례(典禮)부터 의학과 첨단기술 용어까지 프랑스어의 근간을 이룬다. 한국은 1443년 한글 창제 이후 별도의 문자 체계로 한자어를 표기하지만 프랑스어와 라틴어는 '법률(la loi, lex)'과 '감기(un rhume, rheuma)' 등 철자까지 흡사하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라틴어 학습에 대해 "끔찍한 기억뿐이었다"고 볼멘소리다. 파리정치대학의 대학생 이레네 다르쿠르는 "라틴어는 실생활에서 쓰이지 않는 사어(死語)"라며 "라틴어를 공부한 2년은 쓸데없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중국어·스페인어 등 다른 외국어가 인기를 끄는 것이 한 원인이지만 어려운 단어 암기와 문법 위주의 교육 방식도 학생들이 라틴어를 기피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고전문학 교수인 올리비에 랭보는 "최근 라틴어에 대한 학생들의 독해 수준이 저하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프랑스 교육·문화계 인사들은 라틴어 교육을 되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유명 언어학자 클로드 아제주는 "프랑스어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라틴어에 대한 지식을 포함한다"고 했고, 민영방송 TF1의 메인 앵커 출신의 언론인 파트릭 푸아브르다르보는 "라틴어 교육은 올바른 글쓰기와 풍부한 사고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뤽 페리 전 교육부 장관도 "라틴어는 비단 언어 학습뿐 아니라 고전이 지닌 섬세함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한 지름길"이라며 라틴어 교육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