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햇빛과 물로 인간이 먹을 열매와 숨을 쉴 산소를 만든다. 과학자들이 인간을 위해 아낌없이 주는 식물을 본떠 집을 밝히고 자동차를 굴러가게 할 '인공 나뭇잎'을 만들었다. 식물이 열매를 주는 대신 인공 나뭇잎은 햇빛과 물로 청정연료인 수소를 만든다.

식물은 햇빛 에너지로 물(2H₂O)을 산소분자(O₂)와 수소 양이온(4H+), 그리고 전자(4e―)로 분리한다. 산소분자는 바로 공기 중으로 배출되고, 수소 이온과 전자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이산화탄소와 결합해 포도당이 된다. 바로 광합성(光合成)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대니얼 노세라(Nocera) 교수가 개발한 인공 나뭇잎은 식물의 광합성 중 물 분해까지만 모방했다. 인공 나뭇잎은 태양전지 양쪽에 촉매가 발라져 있는 구조다. 태양전지가 햇빛을 받아 전기를 만들면, 전지 표면에 있는 코발트 촉매가 이 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수소 이온을 만든다. 수소 이온들은 태양전지 반대편 니켈 촉매 쪽으로 가서 서로 결합해 수소 기체가 된다. 코발트 촉매는 엽록소에서 수소 이온을 만드는 망간 효소 단백질과 비슷한 구조다.

태양전지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연구는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엔 태양전지에 전극을 연결하고 전극 표면을 비싼 루테늄이나 백금 촉매로 발랐다. 또 물이 강한 산성이나 염기성일 때만 가능했다. 이에 비해 MIT의 인공 나뭇잎은 값싼 코발트 촉매를 썼고 전지 그대로 수돗물이나 강물에 담그기만 하면 수소를 만들어낸다. 노세라 교수는 "제작비가 저렴해 햇빛이 풍부한 개발도상국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인공 나뭇잎은 태양에너지의 1%만 전기로 바꿀 수 있다. 수소 생산 효율을 높이려면 태양전지의 효율을 높여야 하는 숙제가 남은 것. 하지만 고효율 전지를 쓰면 가격이 올라가는 문제가 있다. 노세라 교수는 "전지를 만드는 실리콘을 작은 입자로 만들고 겉을 촉매로 코팅해 물에 뿌리면 수소 생산 효율도 높아지고 가격도 내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