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의학상 공동 수상자 3명은 우리 몸이 세균·바이러스·곰팡이의 침입에 맞서 어떻게 면역 체계가 작동하는지 핵심 원칙들을 밝혀냈다. 이로써 인류가 미생물과의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이들의 연구결과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장기이식의 면역거부 반응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도 평가를 받는다.
미생물이 체내에 침투했을 때, 우리 몸이 외부 침입자들을 물리치는 과정은 크게 2단계로 나뉜다. 이를테면 초기 국지전과 본격적인 정규전이다.
브루스 보이틀러(Bruce A Beutler)와 율레스 호프만(Jules A Hoffmann) 박사는 초기에 선천적인 면역 반응이 즉각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의 연구를 따르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는 우리 몸에 들어와 제일 먼저 세포 입구에 있는 '톨게이트 같은 수용체(Toll Like Receptor)'와 결합한다. 여기서 우리 몸은 미생물과 최초 전투를 벌인다. 척후병이 적을 발견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상황인 셈이다. 이 결과로 세포와 조직에 염증 반응이 일어나, 우리 몸은 열이나 나거나 몸살 기운을 느낀다. 적의 침입을 알리는 셈이다. 이런 초기 면역 반응은 미생물의 정체와 상관없이 즉각적이고 신속하게 일어난다.
울산의대 미생물학교실 주철현 교수는 "연구자들은 레지오넬라 세균에 감염된 사람 중에서 일부 환자들이 초기에 매우 심각한 증상을 앓는 것에 착안해 파고들었다"며 "'톨게이트 같은 수용체(TLR)'가 유전적으로 부실한 사람들에게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밝혔다"고 말했다. 즉 초계병이 부실하면 적들의 침입에 금세 무너진다는 것과 같은 원리다.
초기 대응으로 미생물과의 싸움이 버겁게 느껴지면,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정규군 사령부에 해당하는 수지상세포(樹枝狀細胞·dendrite cell)가 움직인다. 미생물과의 싸움이 국지전에서 정규전으로 확산하는 과정이다. 랠프 스타인먼(Ralph M Steinman) 박사는 이 수지상세포의 역할을 규명했다. 수지상세포는 주로 면역 방어 체계의 핵심 주력군인 'T면역구' 등을 활성화해 대거 방출시킨다. 본격적으로 군병력이 출동하는 격이다. 이후 면역 체계가 총동원되어 미생물을 죽이는 항체(抗體)와 살해 세포(killer cell)가 투입된다. 군수공장을 가동하여 무기를 만들고, 특수 무장 군인을 전쟁에 투입하는 셈이다. 이를 통해 세균과 바이러스와 본격적인 정규전이 벌어지고,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승리하면 미생물은 서서히 제거된다. 이 과정에 관여한 면역 세포들은 미생물의 정체를 파악하고 싸움의 방식을 기억한다. 후에 그와 같은 미생물이 들어와 또다시 정규전이 펼쳐지면 항체나 살해 세포 등 예전 방식의 시스템을 대거 작동시켜 보다 강력한 방어 체계를 갖추게 된다.
이처럼 미생물의 외부 침입에 맞서는 면역 체계를 알게 됨으로써 현대의학은 항생제 개발을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장기 이식할 때 타인의 조직에 면역 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면역억제제를 개발하는 데도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면역 체계가 자신의 것에 과도하게 반응하여 문제가 되는 류머티즘 관절염 등의 자가면역질환에도 과도한 면역반응을 줄이는 치료제 개발에 이 같은 핵심 원리가 이용됐다.
성균관대 의대 병리학교실(면역학) 김태진 교수는 "스타인먼 교수가 밝혀낸 수지상세포는 암세포를 죽이는데도 이용돼, 전립선암 등에서 수지상세포를 투입하는 새로운 방식의 암 치료법을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보이틀러(54) 박사는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면역학자이자 유전학자로, 현재 캘리포니아 라졸라에 위치한 유전학 스크립스 연구소에서 교수 겸 소장을 맡고 있다. 이번 연구 성과는 1998년 발표됐다.
호프만(70) 박사는 룩셈부르크에서 태어났으며, 프랑스에 귀화해 분자세포생물학 연구소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핵심 연구 결과는 1996년에 공개됐다. 스타인먼(68) 박사는 캐나다에서 태어나 미국 뉴욕 록펠러대 교수로 활동했다. 면역체계 작동과 관련된 그의 최초 발견은 1973년에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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