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경기도 오산의 한 치과에서 환자가 치과 원장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환자는 1년 전 스케일링 및 충치 치료를 받았으나 치아가 계속 시리다며 수차례 치료비의 100배 정도에 해당하는 500만원 배상을 요구했다. 원장이 이를 거부하자, 이 환자는 야구방망이와 부엌칼 등을 구입한 뒤 병원이 문을 닫는 시각에 병원을 찾아 의사의 양쪽 허벅지와 등 부위를 10여 차례 찔렀고, 결국 의사는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의사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환자들로부터 금품을 달라는 협박을 받고, 폭행을 당하는 등 신변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 의사들은 병원 경쟁이 심화돼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신변 걱정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토로한다. 한 의사는 "병원이 늘어 경쟁하기도 힘든데 걸핏하면 환자들로부터 욕설과 폭행을 당해 괴롭다"고 했다.

병원 진료과 중에서는 유난히 비뇨기과·성형외과·치과 의사의 피해가 많다. 고가(高價) 진료가 많은 진료과들이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기대치가 높고 요구사항이 많아 불만이 발생하기 쉬운 진료과 의사가 유난히 수난을 많이 당한다"며 "집계된 자료는 없지만, 비뇨기과 의사가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지난 2009년 대전에서 모 대학병원 비뇨기과 의사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고, 경기도 부천의 한 비뇨기과 원장도 1년간 진료를 받은 환자가 진료에 불만을 품고 흉기를 휘둘러 목숨을 잃었다. 의사를 살해한 환자 모두 발기부전을 동반한 전립선 질환을 앓고 있었다.

의사들의 피해 사례는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난다. 대한응급의학회가 올해 841명의 응급의학과 전문의 중 39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한응급의학회 전문의 총조사' 결과,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폭언을 들었다고 답한 의사가 전체의 80.7%, 폭행을 당했다고 응답한 의사가 50%에 달했다.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는 의사도 전체의 39.1%에 달했다.

의료계에서는 의사에 대한 신변 위협과 폭행에 우려를 표한다. 대한의사협회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 보호를 위해 의료인은 전문 지식에 근거하여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며 "병원 내 폭력은 의료진의 안전뿐 아니라 다른 환자들에게도 위협이 되는 만큼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의료계는 의료인 폭행을 가중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2009년 치과 의사 출신인 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의료진 폭행 가중처벌 조항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지난 3월 응급실에서 진료 중인 의사 등으로 범위를 축소했지만 여전히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 13일 간호대 출신인 미래희망연대 정영희 의원도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의료진 폭행을 가중처벌하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벌칙 규정의 하한선을 둬 응급실에서 의료진에게 폭력을 행사할 경우 최소 1년 이상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내려야 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의료인을 폭행해 진료를 방해했을 경우 의료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고, 응급실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환자가 처벌받는 경우는 드물다. 의사들이 폭행을 당해도 없던 일로 하는 등 노출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치과의사협회 관계자는 "의사가 환자나 보호자에게 폭행을 당해도 병원 이미지 때문에 수사기관에 신고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했다.

한편 의사에 대한 협박이나 폭행이 의료계 불신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의사들이 국민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일부 치과 의사가 진료한 환자 가운데 '까다로운 환자'의 신상정보를 담은 '블랙리스트'를 공유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은 의사에 대한 폭행을 가중처벌하려는 움직임에 반대한다. 의사 폭행 발생 원인인 의료사고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지난 3월 보건의료 관련 시민단체들은 "의료인에 대한 폭행·협박은 형법, 응급의료법 등에서 이미 처벌하고 있기 때문에 가중처벌 규정을 두는 것은 과잉 입법"이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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