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서강대 학생회관 1층의 장애 학생 휴게실 '다소니(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순우리말)방'에서 특별한 수업이 열렸다. 작은 탁자 2개를 붙여놓고 장애 학생 5명이 경영학과 전준수(63) 교수를 둘러싸고 앉았다.

전 교수는 영어로 된 경영학 원론 교재를 읽어가며 설명했고, 학생들은 진지하면서도 즐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최성민(26·신문방송학과 3년)씨를 위해 휠체어를 탄 김태욱(21·경제학과 1년)씨가 전 교수의 강의를 노트북 컴퓨터에 큰 글자로 받아 쳐 보여주었다.

매주 화요일 이렇게 1시간 30분 진행되는 이 수업은 2001년 시작됐다. 올해로 꼬박 10년이다. 전 교수는 "어느 날 '그동안 너무 나만을 위해 살았던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조금씩이라도 남을 위해 시간을 할애하고 살자는 뜻에서 시작한 수업"이라고 했다. 그는 "그런데 신체적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이 이 수업을 통해 점차 자신감을 갖는 모습을 볼 때마다 뿌듯하고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서강대 전준수(가운데) 교수가 장애 학생들을 위한 특별수업을 갖고 있다. 방학 기간을 제외하고 10년간 매주 해왔으니 줄잡아 300차례가 넘는다.

최성민씨는 "정규 수업 때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사실 많은데, 이렇게 교수님과 마주 앉아 과외를 받으면 훨씬 알기 쉽다"고 했다.

전 교수는 아무래도 주눅 들기 쉽고 학습 능력도 떨어지는 편인 장애 학생들을 위해 무얼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특별 과외'에 나섰다. 과목은 생활에도 도움되는 경영학 원론으로 정했다. 기왕이면 영어 실력도 늘릴 겸 영어로 수업하기로 했다. 그는 "재작년 돌아가신 장영희 교수와 맺은 인연도 봉사를 시작한 계기의 하나가 됐다"며 "몸이 불편해 따로 영어 학원에 다니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영어 공부도 되고 자극도 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수업은 단순히 책만 놓고 하는 것이 아니다. 마케팅 전략이 주제인 이날 수업에서도 인생 조언을 해주었다. "우리 인생도 마케팅과 똑같아. 내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 목표를 정하고, 구체적인 전략과 계획을 세워서 실천해가는 과정이 중요해. 그렇게 노력하면 소망하는 것을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거야."

지난 10년간 이 교실에서 그의 수업을 들은 장애 학생은 150명이 넘는다. "사회가 나의 장애를 언제까지고 보살피며 특혜를 줄 것이라는 기대는 버리라고 얘기해요. 대신 개개인이 가진 특기나 장점을 칭찬해 용기를 북돋우려 애쓰죠. 그동안 참 많은 수업을 해왔습니다만, 이 수업이야말로 제게도 가장 소중한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