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과연 똑바로 나아갈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태양과 같이 거대한 질량을 가지고 있는 물체는 주변에 엄청난 크기의 중력장을 형성하며, 이러한 중력장은 주변의 시공간에도 영향을 미쳐 시공간의 축이 휘어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빛은 시공간의 축을 따라 직진한다'고 알고 있으나 태양 근처의 시공간 자체가 휘어져 있고, 이러한 태양 근처를 지나는 빛은 휘어진 시공간의 축을 따라 진행하게 되므로 곡선으로 진행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편평한 면에서 임의의 두 지점의 최단 거리를 이어주면 직선이 되나 굽어진 곡면에서 마찬가지로 두 지점의 최단 거리를 이어주면 직선의 모습을 한 곡선이 됨을 살펴봄으로써 유추할 수 있다.

◇변하지 않는 빛의 속도

빛은 어디에서 보든, 혹은 관측자가 어떤 운동 상태에서 관측하든 상관없이 항상 초당 30만㎞를 나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빛의 속도는 우주 공간에 떠있는 우주 비행사가, 혹은 우주선 안에서, 또는 태양 둘레를 초속 30㎞로 공전하는 지구에서 관측하더라도 초속 30만㎞로 변함이 없다. 예를 들어 초속 30만㎞의 속도로 빛이 나아가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날아가는 우주선에서 빛을 관측한다고 가정해 보자. 상대속도의 개념에 따르면 빛도 우주선과 똑같은 속도로 움직이므로 빛은 정지한 채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떨까? 놀랍게도 우주선에서 관측한 빛의 속도는 여전히 초속 30만㎞이다. 마이켈슨과 몰리는 실험을 통해 빛의 속도는 지구의 운동의 영향을 받지 않음을 명확히 하였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관측하는 장소가 어떠한 속도로 움직여도 빛은 언제나 일정한 속도로 나아간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특수 상대성 원리의 토대가 되는 광속도 불변의 원리이다. 그런데 이렇게 엄청나게 빠른 빛의 속도를 과연 인간은 어떤 원리로 측정할 수 있었을까?

◇갈릴레이의 빛의 속도 측정

갈릴레이는 '빛의 속도는 유한하다'라는 가정 하에 빛의 속도를 측정하기 위한 시도를 최초로 실행했다. 갈릴레이는 동료와 함께 각자 등불과 덮개를 가지고 약 1.6㎞ 떨어진 언덕 위에 자리 잡은 뒤 빛이 두 사람 사이를 왕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다. 처음에 두 사람이 모두 덮개를 덮고 있다가 먼저 한 사람이 덮개를 열면 반대편 언덕의 사람이 그 빛을 보는 순간 자신의 덮개를 여는 것이다. 첫 번째 사람이 덮개를 여는 순간부터 상대방의 불빛을 보게 된 순간까지 걸린 시간이 바로 빛이 두 사람 사이를 왕복하는 데 걸린 시간과 같을 것이라는 착상이었다.

서강대는 모의논술에서 이러한 내용을 주제문으로 제시한 뒤 빛의 속도를 측정하려는 갈릴레이의 실험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해보라는 논제를 냈다. 이에 대한 답안은 시각이 '빛을 보았다'라는 외부의 자극을 뇌로 보낸 뒤 뇌는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반응을 다시 신경계를 통해 보냄으로써 반응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렇게 외부 자극으로부터 반응이 나타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빛과 같이 대단히 빠른 속도를 측정하는 데에는 엄청난 오차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갈릴레이의 실험에 이용된 거리는 불과 1.6㎞로 실제 빛의 속도로 이 거리를 왕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수십만 분의 일초도 되지 않는다. 이 시간은 덮개를 여닫는 시간보다도 훨씬 빠르기 때문에 갈릴레이의 방법은 근본적으로 성공할 수 없었음을 논리적으로 지적해야 한다.

◇뢰머의 빛의 속도 측정

빛의 속도를 성공적으로 측정한 과학자 중의 한 사람은 덴마크의 천문학자 뢰머이다. 뢰머는 파리의 한 천문대에서 목성의 위성 중 하나가 목성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는 월식이 생기는 시간을 측정한 결과, 그 시간이 '목성이 지구와 가까워지는 구간에서는 짧아지고, 지구와 목성이 멀어지는 구간에서는 길어진다'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이런 현상이 빛의 속도가 유한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 생각하고 빛의 속도를 측정했다. 이때 뢰머는 실제로 빛의 정확한 속도를 알아내지 못했지만, '빛의 속도는 유한하다'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뢰머가 생각한 바를 그림을 그려서 표현하고, 빛의 속도가 유한하다고 생각한 근거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라'라는 논제는 학생 스스로 당시의 과학자 입장에서 빛의 특성을 밝혀내 보도록 유도한 문항이다. 목성의 위성이 목성 뒤로 숨는 순간 목성이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하면, 지구의 관측자는 위성이 목성의 뒤로 숨는 순간을 보는 것이 아니라 관측자의 눈에 도착한 위성의 차단되지 않은 빛을 보는 것이다. 위성이 목성 뒤에서 다시 나오는 시기에도 비슷한 시간 지연이 생기지만, 지구와 목성이 서로 멀어지고 있으므로 빛이 관측자에게 도달하기 위해서는 위성으로부터 출발할 당시의 지구와 목성 사이의 거리보다 더 먼 거리를 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구에 위치한 관측자는 위성이 목성 뒤에 숨는 기하학적 시간보다 더 길게 위성이 가려지는 현상을 관측하게 되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지구가 목성에 가까이 다가갈 때는 그 시간이 실제 현상보다 더 짧게 관측된다.

◇마이켈슨의 빛의 속도 측정

또 미국의 물리학자 마이켈슨은 팔면경을 제작해 빛의 속도를 측정했다. 그는 35㎞나 떨어진 고정된 거울에서 반사된 빛을 팔면경이 정확히 반사해 관측자의 눈에 들어오게 했다. 그림에서 거울이 회전할 때 빛은 수평방향으로 산에 있는 고정된 거울까지 갔다가 반사돼 회전하는 거울까지 다시 되돌아 올 것이다. 이 때 회전하는 팔면체 거울의 회전속도가 너무 빠르거나 혹은 느리다면 빛이 렌즈로 들어오지 못하게 속도 조절을 하여 정확히 1/8 회전할 때 빛이 렌즈로 들어오게끔 만들었다. 그러므로 팔면경이 1/8만큼 회전할 때 걸리는 시간은 빛이 산 정상의 반사 거울까지 왕복 운동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같아져 빛의 속도를 계산할 수 있었던 것이다. 빛의 속도는 유한하며 공기 중에서 등속도 운동을 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왕복거리인 70㎞를 팔면경이 1/8 회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나누어 빛의 속력은 대략 30만㎞/s라는 사실을 알아내, 마이켈슨은 미국 과학자로는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자연계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TIP

자연계 논술은 암기로 얻은 지식보다는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력을 요구하며, 결과의 옳고 그름보다는 결과를 얻는 과정에서 보이는 학생의 잠재 능력과 사고의 논리적 흐름 등을 평가하려고 노력한다. 자연계 논술 문제는 제시문을 분석하는 문제, 제시된 그림이나 도표 등을 논제 해결에 활용하는 문제, 제시된 상황을 논리적이고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문제 등 다양한 형태로 구성되며, 보통 창의적 사고력, 개념과 원리의 이해 및 분석을 통한 논제 해결 능력, 수식의 결과를 추론하는 능력을 평가한다. 따라서 학생들은 논제가 요구하는 바를 명확히 파악하고 일관성 있는 논리로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 따라서 여러 대학의 기출문제를 반복해서 풀어보면서, 제시문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창의적인 문제 해결 방법론을 스스로 깨우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