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받았던 뇌수술로 인해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CJD)에 걸린 이른바 '의인성(醫因性) CJD'는 의학적으로 매우 드문 사례이다. CJD는 뇌조직을 망가뜨리는 생체물질 프리온이 뇌로 들어가 일으키는 희귀한 퇴행성 뇌질환이다.그러나 "의인성 CJD는 '인간광우병'으로 불리는 '변형CJD'와 감염 경로가 완전히 달라 쇠고기를 아무리 많이 먹어도 걸리지 않는다"고 보건 당국은 밝혔다.
Q: CJD는 어떤 경로를 통해 걸리게 되나.
A: 다양한 발병 경로가 있다. '의인성 CJD'외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돌연변이 형태로 생기는 '산발성 CJD'가 있는데, 전체 CJD의 85~90%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다. 100만명당 한 명꼴로 발생한다. 국내에서도 산발성 CJD는 지금까지 25건이 보고됐다. 이른바 '인간광우병'으로 불리는 '변형 CJD'는 광우병에 걸린 소의 뇌, 척수, 내장 등 프리온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특정위험물질(SRM)을 섭취하는 과정에서 주로 발생한다. 유전적 결함에 의해 특정 가족에게 집중적으로 생기는 '가족성 CJD'도 전체 CJD의 5~15%를 차지한다.
Q: 어떤 과정을 통해 뇌수술을 받고서 CJD에 걸렸나.
A: 1980년대 사용된 이식용 뇌경막 중 일부가 CJD에 감염돼 사망한 사람의 것으로 제조되는 바람에 이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그때는 CJD에 대한 보건의료적 경각심이 낮았다. 당시 이식용 뇌경막은 죽은 사람의 것을 이용해 제조됐는데, 뇌경막 기증자의 사망 원인을 조사해 뇌질환으로 숨진 사람의 것을 원료에서 제외했어야 하지만 그 과정을 제대로 밟지 않은 것이다. 또한 수술용 뇌경막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프리온의 독성을 제거하는 공정도 허술한 편이었다. 그러다 보니 원인을 알 수 없는 산발성 CJD로 죽은 환자의 뇌경막이 이식용 제품 원료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마치 1980년대 헌혈된 피에서 에이즈(AIDS) 바이러스를 걸러내는 기술이 미약했을 때 에이즈 바이러스가 든 피를 수혈받은 환자가 뜻하지 않게 에이즈에 걸린 사례들과 유사하다.
Q: 오염된 뇌경막 때문인지를 어떻게 알았나.
A: 한림대 의대 신경과 김윤중 교수팀이 밝혀냈다.한림대 의대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프리온 관련 질병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김 교수팀은 지난해 감각과 운동 이상 증세를 보인 54세 여성 환자를 진료하면서 환자의 뇌증세가 짧은 기간에 급속히 악화되는 상황이 CJD와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환자가 1987년에 뇌수술을 받으면서 타인의 뇌경막을 이식받은 점에 착안해 환자에게 이식된 뇌경막을 일부 떼어내 조사했다. 거기서 발견된 프리온 침전물을 동물의 뇌에 이식해 CJD 유발 징후를 최종 확인할 수 있었다. 김 교수팀은 이런 내용을 지난 7월 보건 당국에 보고했고 최근 대한의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에 발표했다.
Q: 그럼 그 당시 뇌수술을 받은 사람은 다 CJD에 걸릴 수 있나.
A: 아니다. 뇌수술 중에 뇌경막을 이식 받은 경우에 국한된다. 또한 환자가 프리온에 오염된 뇌경막을 이식받았다고 해서 모두 CJD에 걸리는 것도 아니다. 의학계에서는 그런 케이스의 환자 500~2000명 중에 한 명꼴로 의인성 CJD가 생긴다고 본다.
Q: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나.
A: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의료행위를 통해 CJD에 감염된 사례는 20개국에서 약 400건 보고됐다. 일본에서는 1980년대 쓰이던 독일제 수입 뇌경막을 이식받은 환자 중에서 138건의 CJD가 발생했다. 일본 사람이 유독 많이 걸렸다기보다는 일찌감치 CJD 발생에 대한 역학 조사를 철저히 시행해 그런 사례를 많이 찾아낸 결과다.
Q: 우리나라도 추적 조사를 해야 하지 않나.
A: 그렇다. 질병관리본부는 1980년대 독일제 뇌경막을 이식받은 환자들중 추가로 CJD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있는지 추적 조사할 예정이다. 또한 CJD는 프리온에 오염된 수술 기구를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국내 사례 환자가 수술 받았던 비슷한 시기에 뇌수술을 받은 환자도 조사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의 의료 기록이 보존돼 있지 않아 추적 역학 조사가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한편 보건 당국이 지난 7월 국내 첫 의인성 CJD 사례를 보고받았음에도 여태껏 정밀 역학 조사를 시행하지 않아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도 있다.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CJD)
바이러스처럼 전염을 일으키는 단백질 물질 '프리온'이 뇌를 스펀지처럼 구멍을 내 뇌조직이 급속히 망가지는 희귀 퇴행성 뇌질환이다. 국내에선 2001년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됐다. 프리온은 바이러스처럼 전염력이 강한 단백질 입자로, 일반 세균이나 바이러스와는 다른 생체물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