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도 변호사가 있지 않았을까?"

KBS '역사스페셜' '역사기행' 등을 담당해 방송가에서 역사다큐 전문작가로 이름 높은 최향미(43)씨는 2년 전 자료를 조사하다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그는 곧바로 조선왕조실록을 봤고 '외지부(外知部)'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사람들의 의뢰를 받아 송장(訟狀)도 써주고 변론도 해주던, 지금으로 치면 변호사에 해당하는 사람들이었다. 올해 초 최씨는 15년 지기 방송작가 선배 권기경(44)씨에게 "외지부를 소재 삼아 드라마를 만들어보자"고 했다. 교양 프로그램 방송작가였던 권씨는 KBS '반올림', MBC '옥션하우스' 등 드라마 작품을 썼다.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함께 작품을 써내려갔다. 각자 맡은 분량을 쓰고는, 1주일에 한 번씩 모여 내용을 수정하고 발전시켜 나갔다. 조선시대 힘없는 백성의 편에 서서 부패한 세도가와 맞서는 외지부 '이정'의 활약상을 그린 드라마 대본 '조선변호사'는 이렇게 탄생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노력은 조선일보한국콘텐츠진흥원·KBS가 공동주최하는 '2011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대한민국 新話창조 프로젝트'의 대상(상금 1억원) 수상으로 결실을 맺었다.

7일 시상식이 열린 서울 상암동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만난 두 작가는 "소재는 참신했지만 이야기로 만드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고 했다. "각종 서적과 드라마, 만화, 영화를 들여다보며 완결성 있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두 사람이 설정한 스토리의 기본 뼈대는 '권력과 맞서는 조선시대 변호사'였다. "민초들을 위하고 권력과 맞서는 이야기는 전 세계에 통하는 보편성이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2011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에서‘조선변호사’로 대상을 수상한 권기경(왼쪽), 최향미 작가가 7일 시상식에 앞서 서울 상암동 한국콘텐츠진흥원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야기가 진지하니 캐릭터는 매력적이어야 했어요." 요즘 트렌드에 맞춰 주인공 '이정'은 입만 열면 "이놈의 인기는…"이라고 말하는 귀여운 꽃미남으로 설정했다. 그러면서도 "아버지가 역모의 죄를 뒤집어써 능지처사(凌遲處死) 당한 어두운 개인사도 그려 내면의 슬픔도 표현했다"고 했다. 외지부들이 무뢰배로 몰려 쫓겨난 역사적 사실도 등장인물들의 개인사에 녹여냈다.

이들은 공동작업에 대해 "개인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아이디어가 많은 최향미 작가의 아이템에 여러 드라마 작품을 썼던 권기경 작가의 노하우가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혼자 쓰다가 막히면 괴롭지만, 둘이 함께 작업하니 대화를 하면서 작품이 정·반·합(正反合) 식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스토리 공모대전의 매력으로 "다른 공모전과 달리 작가의 저작권이 100% 보장되고, 주최측이 드라마 제작 때까지 멘토링을 책임져준다"는 점을 들었다. "1억원 상금은 '조선변호사'가 드라마로 제작되기까지의 밑천으로 쓰겠다"고 했다. "수상을 했지만 이제부터가 가시밭길이죠. 일단은 내년이나 내후년에 드라마로 방송되는 게 목표예요. 그 뒤 출판·애니메이션 등 여러 분야 콘텐츠로 진화할 수도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