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교사가 아이패드에 문제를 입력한다. 교실에 있는 학생들에게 학교가 배포한 아이패드로 문제가 자동 전송된다. 학생들이 문제를 풀어 답을 입력하면 교사는 아이패드로 답을 맞힌 학생들이 몇 명이나 되는지 바로 확인한다. 교사는 학생이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소셜네트워크 기능을 통해 질문에 답을 하거나 숙제를 도울 수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인간의 소통 방식을 바꿨던 애플이 이제 교실을 바꾸기 위한 '교과서 혁명'을 시작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19일 발표할 예정인 신제품이 디지털 교과서와 관련됐다는 소문이 업계에 퍼지면서 출판계와 교육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애플은 19일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창업자 스티브 잡스 사망 후 첫 신제품 발표회를 가질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애플의 신제품은 전화나 태블릿PC 같은 하드웨어가 아닌, 교육과 관련한 소프트웨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직접 교과서를 개발하는 형식은 아니지만 보다 쉽게 디지털 교과서를 만들고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

정보통신 전문지 와이어드는 아이패드가 아직 교육 현장에서 많이 쓰이지 못하는 이유가 디지털 교과서의 부족 때문이며, 애플은 학교에서 쓰일 수 있는 콘텐츠를 더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해 왔다고 전했다. 잡스는 생전 아이패드가 교육을 완전히 바꿀 만한 혁신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믿고 사망 전 수년 동안 디지털 교과서를 연구해왔다.

뉴욕의 신제품 발표회에는 주요 교과서 출판사가 함께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 최초의 태블릿PC인 아이패드를 공개하면서 뉴욕타임스의 아이패드 버전을 함께 선보인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교육과 기술의 관계를 연구해온 애벌린크리스천대 교육혁신연구소 윌리엄 랜킨 소장은 와이어드에 "새로운 디지털 교과서는 사용자 사이의 상호 교류를 확대하는 '소셜 교과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일반인들 사이에 이미 광범위하게 퍼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교과서로 들어오면 교육이 이뤄지는 장소도 교실 밖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디지털 교과서의 보급을 통해 아이패드 판매가 크게 늘어나길 기대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 2년 동안 숙박비와 식비 등을 제공하면서 교사들을 캘리포니아주(州) 쿠퍼티노의 본사에 초대해 '아이패드 교육'의 장점을 홍보해 왔다. 애플은 이들에게 교실에서의 아이패드 활용법을 홍보하는 한편, 디지털 교과서에서 기대하는 기능이 무엇인지 의견을 모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도 학생들이 종이 교과서 외에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PC와 디지털교과서 등으로 공부하는 교육 환경을 구축하는 '스마트 교육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초·중·고 전 학년 모든 과목을 대상으로 오는 2015년까지 디지털 교과서를 개발하고, 이런 디지털 교과서를 모아놓은 별도의 웹사이트와 이를 접속할 수 있는 무선인터넷 환경도 각 학교에 갖출 계획이다. 다만 정부는 초기에는 종이 교과서와 디지털 교과서를 병행해 사용하고, 디지털 교과서 채택 과목도 학교 자율로 정하도록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