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금의 제로금리 기조를 적어도 2014년 후반까지는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필요할 경우 추가 경기부양책도 내놓겠다고 밝혀 3차 양적완화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싹트고 있다.
25일(현지시각) 미 연준은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갖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당초 2013년 중반까지라고 했던 초저금리 기조가 1년 이상 연장된 것이다.
민감하게 반응한 건 무엇보다 주식시장. 당장 돈을 거둬들일 생각이 없다는 중앙은행의 발표에 뉴욕증시는 모두 상승세로 마감했다. 25일(현지시각) 다우존스 지수는 하락세로 출발했지만 연준 발표를 전후해 상승반전에 성공했다.
미 국채값도 올랐으며 통화정책 완화기대감에 달러가치는 약세로 돌아섰다. 달러 약세에 원자재 값은 상승했다.
◆ 경기회복 아직 속단 일러…"불가피한 선택"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야기할수도 있는 통화 완화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이유는 무엇보다 최근의 경기회복세가 만족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경제지표가 살아나고는 있지만 본격적인 경기회복인지, 일시적인 반등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실제 연준은 이날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종전 2.5~2.9%에서 2.2~2.7%로 소폭 하향조정했다. 내년 전망치도 기존의 3.0~3.5%에서 2.8~3.2% 수준으로 낮췄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현재 상태에선 새로운 강세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낮은 상태라면 새로운 방법을 얼마든지 강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이 밝힌 인플레이션 타깃(물가안정 목표치)은 2%. 근원 인플레이션이 1.7%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통화 완화정책을 펴기에 현재로선 큰 부담이 없다는 설명이다. 실업률 전망치를 따로 내지는 않았지만 내려갈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실업률은 12월의 8.5%다.
CRT캐피탈의 이안 린젠 수석 채권전략가는 "글로벌 저성장 국면인지라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특히 유럽의 상황을 보면 더욱 그렇다"고 진단했다.
◆ 3차 양적완화 가시권
전문가들의 시선은 단순히 저금리 기조 유지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연준의 발표 내용을 뜯어본 결과, 3차 양적완화가 가시권에 오른 것 아니냐는 진단도 적지 않았다.
실제 이번 금리결정을 두고 17명의 연준 위원중 11명은 2014년 혹은 그 이후에라도 섣불리 금리를 올리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올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쪽은 6명에 불과했다. 위원들의 성향 자체가 비둘기파에 가까운 만큼 돈을 더 풀면 풀었지 조이지는 않을 것이란 해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의 마크 챈들러 통화 전략가는 "FOMC의 이번 결정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비둘기파 성향이 짙다"라며 "달러가치 하락과 주가상승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3차 양적완화에 대한 뚜렷한 신호를 준 것은 아니지만 이번 회의결과를 곱씹어 볼 때 적어도 준비에 들어간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금융시장이 랠리를 보인 것도 이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 증시만을 위한 것?…실물경제엔 독(毒) 비판도
하지만 이번 결정에 대해 잘못된 신호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실물경기 회복을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것. 일부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에만 유리한 결정이라며, 자산 가격만 부풀려 놓아 결국 부자들에게만 도움을 줄 것이라고 판단했다.
피터부크바의 밀러 타박 투자전략가는 "개선되고 있는 데이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라며 "주식과 같은 자산가격만 올려놓을 뿐 실물경기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중앙은행의 미국이나 유럽 할 것 없이 중앙은행들이 돈 푸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며 결국에는 파국을 맞을 것이라 내다봤다.
로고프 교수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양적완화는 일시적인 것일 뿐 지속가능한 해법이 아니다"라며 지금의 양적완화는 결국 정부의 부담으로 되돌아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준은 이미 두 번의 국채매입 등으로 2조900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양적완화를 시행한 바 있으며 장기 금리 하락을 유도하기 위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장기채 매입) 등의 통화 완화책을 구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