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여권을 신청할 때 여권용 사진을 무료로 촬영해 주는 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하자, 사진관 운영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프로사진협회는 27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무료여권촬영 궐기대회'를 연다. 협회 소속 전국 사진업 종사자 1400여명이 모일 예정이다. 협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스튜디오용 카메라를 부수는 퍼포먼스와 삭발식도 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업계에 따르면 스튜디오용 카메라는 1000만~2000만원대이며, 주변 기기를 합치면 6000만~7000만원까지 된다고 한다.

행정안전부와 외교통상부는 지난 3일 여권용 사진을 준비하지 못했거나 사진이 법정 요건에 맞지 않을 경우, 여권 신청을 받는 시·도, 시·군·구 민원실에서 디지털카메라로 무료로 촬영해 주는 '여권 사진 얼굴 영상 실시간 취득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올해 말부터 외교통상부와 10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범 실시한 다음, 내년 말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당시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여권용 사진 준비 비용과 시간이 절약되고, 신원 도용 시도를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었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가 나온 이후 계속 어려움을 겪는 사진관 사장들은 정부의 이 같은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이재범 협회 비대위 본부장은 "디지털카메라가 시장에 등장한 이후, 사진관 60~70%가 없어졌다"면서 "현재 남아 있는 사진관 중 70%가 여권·증명 사진으로 돈을 벌고 있다. 이들 사진관은 연소득 3000만원 정도로 영세하다"고 말했다. 나머지 30%는 결혼 또는 광고 사진으로 영업을 한다고 한다.

그는 또 "행정기관에 사진 촬영 공간을 마련하고 촬영 장비를 설치하는데 국가 예산 700억원을 쓴다고 한다. 여권을 발급받아 외국에 나가는 사람은 일부 계층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의 무료 촬영을 위해 세금을 쓰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본부장은 "여권 사진을 찍는데도 상당한 전문 기술이 필요한데, 공무원들이 사진을 얼마나 잘 찍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일자리 창출을 내세우는 정부가 오히려 일자리를 없애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