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는 '대구10미(味)'가 있다.
대구가 원조이거나 대구에서 유독 맛 볼 수 있는 10가지 음식을 말한다. 동인동 찜갈비를 비롯 납작만두, 따로국밥, 생고기(뭉티기), 소막창구이 등 대구 사람들에게는 익숙하며, 대구를 떠나 타향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는 향수를 불러 있으킨다. 대구시가 지난 2006년 대구의 대표적인 음식을 널리 알리기 위해 육성하고 있는 음식들이다.
맛의 고수들이 이러한 '대구10미'를 코스 메뉴로 개발했다.
주인공들은 '대구경북 미식가위원회' 회원들이다. 2010년 10월 모임이 만들어진 미식가위원회는 두 달에 한 번씩 모여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음식과 음식문화 전반에 걸쳐 소통하고 있다. 이들이 개발한 코스 메뉴는 '대구 10미 정찬'이다.
미식가위원회 윤병대 사무국장은 "대내외적으로 대구 대표음식을 한꺼번에 알릴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하고 대구·경북이 주관하는 행사 또는 대구를 방문하는 귀빈들의 만찬에 적극 활용해 대구의 맛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대구10미 정찬'의 개발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취지에 따라 미식가위원회는 7개월 전 본격적인 메뉴 개발에 나섰다.
기본적인 구상은 '대구 10미'에 포함된 10가지 음식을 한 끼의 식사로 할 수 있도록 세트로 만드는 것. 한 끼 식사에 '대구 10미'가 들어가도록 해 단 한 번으로 대구의 맛을 느끼도록 하자는 것이다.
어느 음식을 에피타이저로 넣을 것인지, 어느 음식을 메인 코스로 할 것인지를 두고 많은 토론이 오갔다. 또 양념과 맛의 세기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의 여부도 토론 대상이었다. 난산 끝에 마침내 메뉴 개발이 어느 정도 모습을 갖춰 갔다.
이 과정에서 미식가위원회 소속인 최영준(대구공업대학), 안홍(대구보건대학), 김충호(영남이공대) 교수가 직접 메뉴 개발에 참여했다. 그리고 이광수 프린스호텔 조리부장이 요리의 주역으로 참여했다.
난산 끝에 최근 '대구 10미 정찬'의 뼈대가 완성됐다.
에피타이저로 '생고기'가 선택됐고, 수프로는 '대구 육개장 칼국수'가 마련됐다. 이 메뉴는 따로국밥과 칼국수를 혼합한 절충형 메뉴였다. '막창을 곁들인 동인동 찜갈비'는 막창과 동인동 찜갈비의 혼합형이다. '밤고개 무침회 미나리 샐러드'는 무침회를 좀더 샐러드에 가깝게 변형한 스타일이다. '홍시소스와 납작만두' 역시 납작만두의 변형이다. 여기에 각종 빵과 떡, 커피가 디저트 등으로 짜여졌다. 이 메뉴에서 야끼우동과 논메기매운탕은 제외됐다. 대구의 특성이 적다는 이유에서였다.
미식가위원회는 오는 12일 최종적으로 수정보완회의를 거쳐 메뉴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그리고 15일 오후 6시 프린스호텔 5층 갤럭시홀에서 미식가위원들과 김연창 대구시 경제부시장을 초청해 시식회를 열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는 또 미식가위원회가 개발한 메뉴의 레시피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 레시피는 이 메뉴로 식단을 짜려는 식당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대구경북미식가위원회는 2010년 결성된 후 두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가지면서 각 지역 특성에 맞거나 지역의 특산물을 이용한 메뉴를 개발해 오고 있다. 머지않아 정식으로 국제미식가협회의 회원 협회로 곧 오를 예정이다. 국제미식가협회는 모임에서 세가지 규칙을 엄수해 오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장에서 먹는 메뉴에 대한 평가의 금지, 음식에 인공 조미료 첨가하지 않기, 종교와 정치적인 주제의 토론 금지가 바로 그것이다.
대구경북미식가위원회 윤병대 사무국장은 "'대구 10미 정찬'은 그 활용도에 따라 식당들에게는 메뉴를 한 차원 업그레이드 시키는 계기가 되고 대구를 찾는 관광객이나 손님들에게는 대구 대표음식을 한꺼번에 소개할 수 있는 메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