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 뺨치는 게시물
성행위 사진 찍어 올리고 은밀한 만남 요구까지…
미국에 본사 둔 트위터… 국내 기관서 규제 힘들어
정치 발언 반대하면 봉변
집단으로 스팸 신고해 계정 폐쇄시키는 '계폭'
조국·공지영 등 유명인사도 반대 목소리 즉각 차단
피로감에 떠나는 사람들
전파력 큰 만큼 실수 위험… 정용진·박용만 회장 등초기 파워 유저들 절필
해외서도 이용자 줄어
트위터 이용자 김모(40)씨는 최근 트위터에서 쪽지를 한 장 받았다. '섹드립 하실래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프로필 사진에 올려놓은 벌거벗은 남자의 상반신이 눈에 들어왔다. 김씨는 처음에는 섹드립이 뭔지 몰랐지만, 자신의 프로필에 장난삼아 여자 사진을 올려놓은 것 때문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섹드립은 트위터에서 나누는 일종의 '야한 농담'을 뜻한다. '섹스'와 '애드립'의 합성어인 셈이다. 트위터에서 '섹드립'으로 검색을 하자 수많은 게시물이 검색됐다. 문제는 수위, 일부 이용자들의 경우 올려놓은 글이나 이미지가 포르노 수준을 넘어섰고, 은밀한 만남을 요구하는 글도 많았다. 대담하게도 프로필 사진으로 자신의 은밀한 곳을 찍어 올린 이도 있었고, 정기적으로 성행위 사진을 촬영해 올리는 이들도 있었다.
◇'세컨계정' '섹드립'…익명성의 음지에서 자라난 독버섯들
트위터는 음란 계정의 경우 '유해 매체'로 신고할 수 있지만, 현재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난 15일 현재 간단한 검색어 몇개만 입력해도 단 10분 만에 수십개의 음란 계정을 찾아 내용을 볼 수 있었다.
계정 이용자의 신분은 노출되지 않았다. 트위터는 가입할 때 본인의 신상을 노출하지 않아도 되고, 한 사람이 여러 개의 계정을 개설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정도가 심한 음란성 게시물의 경우 '세컨(드) 계정'을 주로 이용하고 있었다. 자신의 원래 계정은 정상적으로 이용하면서 두 번째 계정은 은밀한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이용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한 세컨 계정 이용자의 자기 소개에는 '2nd 계정/20살여자사람/70B/적당한 섹드립 좋아ㅋㅋ/플픽본인!/개념있게행동하기♥/남자××사진 블락'이라고 돼 있었다.
현재 트위터 판은 수많은 사람들이 일시에 광장에 모여 자기의 목소리를 높이고 자신과 주장이 비슷한 사람들을 찾아 끼리끼리 뭉치는 형국을 보이고 있다. 관리자도, 발언의 수위를 조절하는 사람도 없다. 주로 정치·사회적 이슈가 많이 부각되고 있지만, 음지에서는 또 다른 무리가 형성되어 비정상적인 콘텐츠들을 돌려보고 살포하는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었다.
관리자가 없다 보니 다른 인터넷 게시판이나 커뮤니티에서는 삭제될 만한 내용도 아무런 제한없이 올라오고 있다. 욕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개××'라는 발언이나 성기를 지칭하는 단어, 인격 모독성 발언을 사용하는데도 아무런 제한이 없다. 트위터는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기 때문에 국내 기관에서 규제하기도 힘들다. 도준호 숙명여대 교수는 "트위터나 팟캐스트처럼 원래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작동하는 여러 가지 형태의 컨트롤하기 어려운 매체가 계속 생겨날 것"이라며 "앞으로는 그때그때 내용에 대해 규제를 하려 들기보다 이런 매체가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미치는지를 따져보고 규제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계폭' '폭트' '떼블락'…관리자 없는 세상의 지옥도
트위터에서는 그동안 수십만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유명인을 중심으로 FTA 반대,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등의 목소리가 부각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런 주장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트위터 판에서 진보에 속한 목소리의 비율이 훨씬 높았지만, 최근에는 이들 주장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자주 눈에 띄는 편이다. 하지만 서로 상충하는 목소리가 많아지다 보니 반대 주장을 덮기 위해 같은 내용의 글을 계속 올리는 '폭트'(폭풍트윗)나 상대방의 계정을 집단적으로 스팸으로 신고해 계정을 폐쇄시키는 '계폭'(계정 폭파)도 늘고 있다.
트위터에서 '윤샘' 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남성은 지난 9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이 폐쇄된 것을 확인했다. 그는 "주로 보수적 가치의 회복을 설득하는 내용의 글을 썼고, 평균 20~30차례, 많을 때는 70차례씩 리트윗이 되곤 했는데, 어느 날 누군가 내 아이디를 올려놓고 '이 놈 좀 보세요'하는 멘션이 돈 이후 계정이 폐쇄됐다"며 "내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스팸 신고나 블락을 하는 '떼블락'을 건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계정 폭파 피해자들의 복구를 돕고 있는 '트윗119'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이후 계정 폭파를 당한 피해자만 2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윗119 관계자는 "작년 말 서비스 시작 이후 모두 27건의 계정 폭파 신고가 들어왔는데, 이중 21건이 2월 말 이후 접수됐다"며 "선거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용자들을 트위터 공간에서 '제거'하는 작업이 일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로 대화하기보다 자신의 목소리만 높이고 상대의 주장을 '무리'의 힘으로 뒤엎는 행태가 나타나고 있지만, 이 역시 아무도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국·공지영·이외수 등 유명 인사들은 '국영수'로 불리며 트위터 공간에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이들은 반대 목소리를 아예 무시하는 전략을 택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의 경우 자신에 대해 '종북' '실력없다' 등의 지적을 하는 이용자들에게 간단한 답글과 함께 'KIN'(인터넷 은어로 오른쪽으로 90도 틀어 보면 한글 '즐'로 읽힌다. 의미는 '당신과 이야기하기 싫다' '관심 없다. 짜증난다'는 의미임)을 붙인 뒤 블락을 해버리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때 트위터를 쉰다고 했던 조 교수는 방학기간인 6~8월, 12~2월에는 트위터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프로필에 밝혀두고 있었다. 지난해 소설가 김영하의 경우는 비난성 글에 시달리다 아예 트위터 절필을 선언한 케이스. 대부분의 경우 팔로어가 많아도 누군가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사실상 '독백'을 하는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유명인들의 발언에 딴지를 거는 전략을 펴는 측면도 있다.
◇트위터 피로감 때문에…활동을 접는 사람들
앞으로 트위터의 위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2010년만 해도 국내에서 가장 자주 이용하는 SNS로 트위터(42%)가 페이스북(17%)보다 2배 이상 많았지만, 작년부터 페이스북(33%)이 트위터(32%)를 앞질렀다. 트위터의 익명성이 자유로운 의견의 개진을 허용해주고, 일시에 많은 사람에게 퍼뜨릴 수 있는 전파력도 갖고 있지만, 그만큼 부정적인 면도 자주 노출되면서 '피로감'을 느낀 이용자들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 초기 파워 유저로 꼽혔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나 박용만 ㈜두산 회장 등도 최근 트위터 판에서 거의 종적을 감췄다. 트위터의 특성상 짧은 시간에 140자 이내 분량의 글을 쓰고 수많은 사람에게 전파가 되기 때문에 실수를 할 위험도 크다.
이용자들이 느끼는 피로감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트위터 가입자가 5억명을 넘었지만, 이중 실제로 활동 중인 계정은 2억명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페이스북 이용자는 8억4500만명이며, 이중 4억8300명은 하루에 한 번씩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이용자들이라고 한다. 지난해 구글이 트위터를 검색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영향력이 약화됐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그 동안 구글에서는 트위터에 올라오는 수억 건의 글을 검색할 수 있었지만, 작년 7월부터는 검색이 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