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제주도 동쪽 끝마을인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해안에서 100여m 내륙 쪽에 있는 한국해수관상어종묘센터. 비닐하우스 형태 종묘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문을 열자 더운 열기가 온몸을 감쌌다.

미로 형태 수족관에는 노랑·빨강·분홍색의 알록달록 무늬를 뽐내는 어린 열대어들이 무리를 지어 헤엄치고 있었다. 만화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 클라운피시(clownfish)였다.

수족관 사이 통로를 반팔 셔츠 차림에 장화를 신은 노섬((盧暹·70) 대표가 분주히 오가며 열대어들 생육 상태를 세심히 살폈다. 노 대표는 "열대어종인 클라운피시가 살기 좋은 수온인 27도를 유지하기 위해 일년 내내 온풍기를 돌린다"고 했다.

노섬 대표는 “중국이 톈진(天津) 지역에 사업비 2340억원을 투자해 해수 관상어 테마파크와 산업단지를 조성했고, 대만과 태국도 해수 관상어 양식에 도전하는 등 아시아 국가들의 해수 관상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한국해수관상어종묘센터는 국내 유일의 해수(海水) 관상어 양식 시설로, 관상어 10만 마리가 자라고 있다. 여기서 기른 관상어가 사상 처음으로 올해 '관상어 왕국'인 일본으로 본격 수출된다.

해수 관상어의 불모지였던 한국이 수출까지 하게 된 건 12년 넘게 한우물만 판 노(老) 교수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노 대표가 해수 관상어에 관심을 보인 건 제주대 해양생산과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었던 2000년. 그는 "국내 양식기술을 활용해 관상어 인공종묘 기술을 개발하면 어떻겠느냐"는 국내 관상어협회 관계자들 제안을 받아들여 연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인공 기술로 치어를 확보하는 시작 단계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외국에서 어렵게 어미를 구해 짝짓기를 시켜 산란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는 "처음 접한 관상어 교배와 산란 습성을 알아내는 데 꼬박 5년이 걸렸다"며 "전복·넙치·감성돔 등 값비싼 횟감 종묘 생산과 양식을 40년 넘게 전공한 것이 밑바탕이 됐기에 가능했다"고 했다. 그는 종묘생산 기술을 확보한 뒤 상업화에 본격 나서기로 하고, 2005년 사재를 털어 2600여㎡ 규모 부지에 이 관상어종묘센터를 만들었다.

현재 노 대표가 종묘생산 가능한 어종은 클라운피시 11종과 해마 5종 등 16가지가 넘는다. 50여 년의 연구로 현재 50여 종의 종묘생산 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 다음으로 많은 숫자로, 세계 2위의 기술력을 가진 셈이다. 이 가운데 클라운피시 9종과 해마 3종은 상품화가 이뤄져 2007년 국내에서 6000마리를 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작년 말까지 모두 10만1000마리(3억9900만원어치)를 판매했다.

이달 초에는 27개 국가와 거래처를 트고 있는 일본 업체와 클라운피시 600마리, 해마 100마리 등 2350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고 본격 수출에 나서면서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신했다. 노 대표는 올해 수출물량을 2만달러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다. 해수 관상어 개척자, '니모 대부(代父)'로 불리는 노 대표는 이런 노력으로 작년 농림수산식품부의 '최우수 수산 신지식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제 그가 새롭게 주목하는 것은 관상어 중에서도 상품성이 높은 해마와 중국 시장이다. 노 대표는 "국내 관상어 시장은 500억원, 세계 시장은 23조원 규모로 이 가운데 해수 관상어가 차지하는 비율이 10% 정도"라며 "미국이 세계 시장을 좌우하고 있지만, 운송 비용이 상품 가격의 1.5배 이상 들어가는 특성상 제주도와 인접한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권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 면에서 승산이 있다"고 했다.

그는 "해마가 한약재로 알려지면서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해마의 80%가 중국에서 소비된다"며 "해마는 클라운피시의 10배 가격으로 거래되는 등 상품가치가 높기 때문에 산업화를 위한 대량 생산시설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해수 관상어 양식산업을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제주도와 손을 잡았다. 먼저 100억원을 들여 3만여㎡의 부지에 해수 관상어 테마파크와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테마파크는 다양한 해수 관상어의 출생과 성장, 짝짓기와 영역싸움, 가계형성 등 일대기를 보여주며 먹이주기 체험도 할 수 있도록 꾸며진다.

노 대표는 "오는 8월까지 해마 1만 마리를 생산하는 것을 시작으로 연간 10만 마리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