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메일 기사 화면 캡처

또박또박 한 글자씩 옮기는 그 아이의 팔 놀림은 능숙해 보였다. 이따금 의도와 달리 글자가 제멋대로 쓰일 때는 재빨리 연필 끝에 달린 지우개로 꼼꼼히 지웠다. 힘든 내색 하나 없이 집중해서, 때로는 여유로운 웃음까지 띠면서 그 아이는 종이를 메워 나갔다.

손가락 없이 태어난 중국 입양아 출신의 일곱 살짜리 소녀가 미국 유명 손 글씨 쓰기 대회에서 상을 받아 화제가 되고 있다.

영어 필기체 교재와 교과서 전문 출판사인 재너-블로저(Zaner-Bloser)는 18일(현지시각) 애니 클라크에게 올해 처음 제정된 ‘니컬러스 맥심 상(賞)’과 함께 1000달러(약 110만원)의 상금을 수여했다.

니컬러스 맥심 상은 장애학생들이 참가하는 손 글씨 분야로, 지난해 이 대회에 참가했던 니컬러스 맥심이라는 학생의 출품작에 감동을 한 주최 측이 그의 이름을 기려 상을 제정한 것이다.

이날 자기 몸집의 3분의 1만한 트로피를 받고 활짝 웃은 뒤 직접 글 쓰는 장면을 보여줘 사람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손목 밑부분이 없는 클라크는 팔뚝 사이에 연필을 끼워 글씨를 썼다. 이 소녀는 글씨만 잘 쓰는 게 아니라 혼자 원피스도 입고, 주위 도움 없이 음료수 캔 뚜껑도 잘 따고 밥도 잘 먹는다고 한다. 그림도 잘 그리고, 심심할 때면 아이팟 터치와 컴퓨터를 번갈아 사용하며 즐긴다고 했다.

이 소녀가 그렇게 ‘자립성’있게 자라날 수 있었던 건 한집에서 자라는 언니 오빠들이 장애를 이기고 당당하게 자라는 걸 보고 배운 덕분일 지도 모른다.

클라크의 부모인 톰(49)과 메리 앨런(48)은 총 9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데, 이 중 3명은 친자녀이며 클라크를 포함한 6명은 중국 입양아다. 클라크 외에 다른 3명은 손과 팔 등에 장애가 있으며, 입양아 알리사(18)와 친딸 애비(21)는 다운 증후군을 앓고 있다.

클라크가 상받은 글씨

앨런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입양을 계획하면서 일부러 도움이 필요한 장애 아동을 찾은 건 아니었지만, 이 아이들을 만나게 됐다”며 “신이 우리에게 바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이 상이 우리 딸 클라크에게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러 넣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아버지 톰은 “클라크는 매우 놀라운 아이”라고 말을 이었다. 그는 “사회가 사람의 겉모습에 너무 많은 잣대를 들이대는 경향이 있는 게 유감”이라며 “하지만 이 아이들의 내면은 너무나도 경이롭다”고 말했다.

클라크의 꿈은 어린이들을 위한 동물 그림책을 펴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