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 미국 뉴욕 맨해튼 허드슨 강변의 해양박물관 앞. 노란 트럭 앞에 수십 명이 줄지어 서 있다. 뉴욕의 가장 인기 있는 푸드 트럭인 '코릴라 BBQ' 팬들은 대부분은 트위터를 보고 위치를 확인해 찾아온다. 김치와 타코를 결합한 '김치 타코'는 한인 2세 3명이 만들었다. 컬럼비아대에서 금융을 전공한 에디 송과 고등학교 친구 2명이 만든 '코릴라 트럭'은 '포키네이터(porkinator·돼지고기 김치 타코)' '원더 버드(wonder bird·닭고기 김치 타코)' 같은 재치 있는 영어식 표현으로 비(非)한인 뉴요커들을 사로잡는다. 트위터의 '코릴라 트럭' 팔로어는 1만8000명에 달한다.
이민 1세대가 미국에 소개한 한식이 1.5세대와 2세대 젊은이들을 통해 재탄생하고 있다. '2세대 한식'의 주역 중엔 명문대를 졸업하고 한식 사업에 뛰어든 청년 창업자가 많다. 이들은 반찬, 국같이 미국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한식의 복잡한 요소들을 과감하게 없애고 미국인의 눈높이와 입맛에 맞춘 한식을 직접 개발한다. 에디 송은 "현재 한식은 미국인들에게 새로운 맛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도전해볼 가치가 있는 창업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뉴욕의 또 다른 한식 푸드 트럭인 '김치 타코 트럭'을 운영하는 한인 1.5세대 필립 리는 코넬대 경영학과 석사 출신이다. 뉴욕의 유명 레스토랑에서 총지배인으로 일하다 2010년 김치 트럭을 냈다.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최근 만난 필립 리는 "미국인들은 한식이 맛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모른다. 한식도 쉽고 재미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김치 트럭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가 만드는 김치 타코는 한 손에 들어갈 만한 작은 크기로, 걸으며 점심을 해결하는 바쁜 뉴요커들에게 인기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한국식 선술집 '안주(Ahn-joo)'를 운영하는 한인 2세대 여성 셰프 데비 김은 지난해 영어로 된 한식 요리책 '서울타운 키친(Seoultown Kitchen)'을 냈다. '서울타운 키친'은 지난 3월 미국 요리 출판업계의 가장 저명한 상으로 불리는 '세계 식음료 전문가 협회 올해의 요리책상' 대상 후보에 올랐다. 미슐랭에서 한식 최초로 별 1개 등급을 받은 뉴욕 '단지'의 김훈이 셰프, 라스베이거스의 최고급 호텔 '벨라지오'의 일식당 '옐로테일' 셰프로 때때로 한식 홍보 행사를 여는 셰프 아키라 백 등도 한인 1.5세대다.
지난 20일엔 미국에서 활동하는 1.5세대, 2세대 한인 요리사들의 모임인 '미국 한인 셰프 협회'가 발족했다. 뉴욕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퍼세'에서 셰프로 일하다 한식당을 내기 위해 최근 그만둔 심성철씨와 뉴욕의 '요리 교육 연구소'에서 한식을 가르치는 이영선 셰프 등 젊은 요리사들이 주축이 된 이 협회엔 70여명이 가입했다. 심 셰프는 "앞으로 한식 메뉴의 로마자 표기를 정하는 등 미국인들에게 한식을 더 효율적으로 알리기 위해 힘쓸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