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10일은 한국 대중음악의 새 역사가 쓰인 날이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스타들이 기존의 일본·동남아시아 시장을 뛰어넘어 '유럽 문화의 자존심' 프랑스 파리에서 대규모 라이브 공연을 성공시킴으로써 전 세계를 향한 'K팝 인베이전(K-pop invasion)'의 개막을 알린 것. 'K팝 인베이전'은 1960년대 비틀스(Beatles)를 필두로 영국 가수들이 팝의 본고장 미국에 진출, 세계 팝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았던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을 원용한 말이다. 문화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현재 세계 20개 지역에서 115개의 K팝 팬클럽이 활동하고 있다. 'K팝 인베이전' 1년을 맞아 그 성과와 의미, 앞날에 대해 짚어봤다.

"작년 6월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공연 이후로 전 세계 사람들이 'K팝'이란 장르를 확실히 알게 됐고, 또 'K팝'이란 단어를 고유명사처럼 부르게 됐다. K팝이 무엇인지 전 세계에 확실하게 각인시킨 날이 2011년 6월 10일이라 해도 과장은 아닐 거다."

SM 엔터테인먼트 김영민(42·사진) 대표는 작년 6월 이틀간 1만4000명의 현지 팬이 몰린 가운데 파리 르 제니트 공연장에서 열렸던 'SM타운 라이브 파리' 공연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는 'K팝 인베이전의 시작'으로 평가되는 이 공연을 성사시키고 준비한 주역이다. 7일 전화로 만난 그는 "파리 공연을 계기로 K팝의 잠재력을 세계에 제대로 보여주게 됐다"고 했다. 김 대표는 "K팝 팬의 충성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 이에 대한 전략을 새롭게 세울 수 있게 된 것도 당시 공연이 남긴 성과"라고 했다. "K팝 팬이 보여준 열광적인 에너지에 전 세계가 놀랐다. K팝 팬의 대부분은 누구보다 뉴미디어에 민감하고 첨단 IT 기기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젊은이다. 공연 직후 'SM타운'의 페이스북을 열어본 숫자만 전 세계에서 8000만명이 넘었다. K팝을 듣는 청소년들은 수동적으로 음악만 듣는 것을 넘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K팝의 미래가 밝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대표는 "예전엔 K팝 팬이 일본·중국 음악팬과 비교해 얼마나 더 많고 적은지 따져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파리 공연 이후 전문가들은 K팝 팬 수를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본다"고도 했다. "가끔 '한국에서 호들갑 떠는 것과 달리, 파리 현지 사람들은 그런 공연이 있었는지도 모르더라'는 식의 얘기를 듣는데 참 답답하다. 서울에서 엄청나게 손님을 모은 갈비집이 생겼다 치자. 그 갈비집이 어딘지 서울 사람 전부가 다 알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 집 갈비를 서울 사람 모두가 맛봐야만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그 갈비집이 얼마나 빠르게 손님을 끌어모았는지, 앞으로 얼마나 더 승승장구할 것 같은지를 보는 게 더 중요한 거다."

김 대표는 그러나 "미국·유럽 시장만 집중해선 K팝을 키워나갈 수 없다"고 했다. "시장 잠재력은 사실 일본·중국이 더 크다. 내년이면 일본 음반 시장 규모가 미국보다 커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음반 시장은 그 어느 나라보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우리가 일본·중국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대표는 "10개 나라에서 우리나라 가수가 7~8등 하도록 지원하는 것보단, 전 세계에서 1등을 하는 가수 또는 음악 콘텐츠를 내놓는 게 더 중요하다"고도 했다. "누군가는 선도 지점에 서 있어야 한다. 전체 시장을 장악하는 스타나 콘텐츠가 나와야만 K팝 전체의 폭발력도 함께 커진다."

김 대표는 정부에 대해 "국내 내수 시장을 위한 정책을 가다듬고 저작권을 정비하는 노력을 해 달라"고 주문했다. "K팝 콘텐츠는 결국 국내에서 생산되는 것이고, 한류 경쟁력도 결국 우리나라 시장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얘기였다.

[[천자토론] K팝 열풍, 이상은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