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불야성을 이루는 중심상업지역인 수원시 인계동 일대. 음식점 등이 빼곡하게 자리잡고 있을 뿐 아니라 숙박업소 100여개가 즐비해 모텔촌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인계동의 10여개 모텔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로비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글귀를 붙었고, 내부 객실도 차분하게 바뀌었다. 에버랜드, 한국민속촌, 수원화성 등을 찾는 중국과 동남아 관광객들이 대거 투숙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관광업계가 숙박시설 확보에 분주하다. 경기도를 찾는 관광객도 늘어났고, 서울의 숙박시설 부족 여파가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979만명의 해외관광객 가운데 약 233만명이 경기도를 찾았다. 특히 중국의 명절이나 연휴 기간에는 수원, 의정부 등 서울 근교 지역은 일반 손님들의 투숙이 쉽지 않을 정도이다. 이 때문에 다양한 숙박시설 확충 방안이 등장하고 있다.
◇모텔을 관광객 숙박시설로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는 모텔촌을 외국인 단체 관광객 숙박에 활용하고 있다. 수원 인계동 모텔촌이 작년 11월에 처음 시작했다. 10여 개 업체가 참여해 200여 개의 객실을 리모델링, 단체 관광객을 받기 쉽도록 꾸몄다. 적어도 20개 이상 객실을 관광객들에게 내놓을 수 있는 업소들이 동참했다. 객실에는 2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침대도 새로 들였다. 러브호텔 분위기를 지우기 위해 밝은 조명과 벽지로 바꿨고, 로비를 확장한 곳도 있다.
인계동 외국인 관광객 유치협의회 박명환 위원장은 "여행사와 연계를 맺고 사전에 예약한 손님을 받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손님을 유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단체 관광객은 밤에 투숙해 숙박만 하고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관리도 쉽다"고 말했다. 이들 호텔에서는 관광객들에게 아침 식사도 제공하고, 별도 시설 마련이 어려우면 인근 대형 식당을 활용하기도 한다.
경기관광공사에 따르면 그동안 외국인 관광객 약 1만명이 인계동을 이용했다. 시흥시 월곶동 모텔촌도 13일부터 외국인 단체 관광객을 받기 시작했다. 모두 7개 업소가 객실 140여 개를 개조했다. 매달 최소 2000명에서 최대 7000여 명이 묵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기관광공사는 "수원과 시흥을 포함하면 중급 비즈니스 호텔 2개 규모와 맞먹는 340개의 객실을 확보한 셈"이라고 말했다.
◇호텔 건립사업에도 분주
그러나 경기도 지역은 모텔은 많지만 관광객들이 묵을 만한 비즈니스급 호텔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외국인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과 서비스를 갖춘 관광호텔은 83개(객실 5880실)이지만 대부분 중소규모다. 특급은 7개에 불과하고, 그나마 300실 이상은 하나도 없다. 경기도는 호텔 유치를 위해 취득세·등록세 면제, 재산세 감면 등의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했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반면 자금 회수는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 경기도 지역에서 약 7200실에 이르는 호텔 건립사업이 두루 진행되고 있어 숙박시설 확충이 기대되고 있다. 고양시 한류월드는 전체 부지(99만4756㎡) 가운데 약 10%(9만8132㎡)가 숙박시설 용지로 대형 숙박타운이 형성된다. 전체 5개 필지 가운데 2개 필지는 2008년 대명그룹에 매각됐다. 특2급 호텔(370실)은 내년 4월쯤 준공될 예정이며, 추가로 건립될 가족호텔(290실)은 2018년을 목표로 잡고 있다.
또 인터불고호텔이 특1급 호텔(380실)을 2014년까지 지을 계획이다. 중국의 해남항공공항그룹도 2020년까지 3500억원을 들여 1급(308실), 특2급(800실), 특1급(500실) 등 1608실을 4단계로 나눠 건립할 예정이다. 그러나 양해각서만 체결한 정도여서 실제 투자가 이루어질지는 분명치 않다. 화성 유니버설 리조트, 에버랜드 등 관광거점에도 숙박시설이 계획되고 있다.
다만 수원의 노보텔 앰배서더(293실), 성남의 판교관광호텔(283실), 여주의 썬밸리호텔(200실) 등이 현재 공사를 진행하고 있거나 착공을 준비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7일에는 이천 패션물류단지에 307실 규모의 특1급 호텔을 조성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이천시는 도예촌, 온천, 스키장 등의 관광자원과 SK하이닉스가 자리 잡고 있어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