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가 좌지우지하던 우리나라 대학 입시에서 최근 농어촌 지역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표준점수 상위 30위 시·군·구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충남 홍성군도 그 주역 중 하나. 지난 5일, '사교육은 꿈도 못 꿀' 농촌에서 대도시 부럽잖은 성과를 낸 이 지역의 교육 비결을 알아보기 위해 맛있는공부가 홍성군을 찾았다.
◇우수 교사진과 지자체 나서 지역 인재 유치
임광섭 충남도교육청 홍성교육지원청 장학사는 홍성군 성적 향상의 첫 번째 요인으로 '우수한 교사진'을 꼽았다. 그는 "홍성군에서만 10년 이상 근무하며 지역·학교 상황에 정통한 교사들이 학생을 지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는 특히 대학 진학 시 유리한 요소로 작용한다. 농어촌특별전형 등 '지역 맞춤형 입시 정보'를 10년 넘게 축적해 온 교사가 많아 대도시 학교 못지않은 진학 실적을 올리는 것.
외부 우수 교사 초빙이 가능한 구조도 빼놓을 수 없다. 홍성고등학교(이하 '홍성고')는 50%, 관내 다른 학교는 20%까지 원하는 외부 교사를 초빙할 수 있다. 임 장학사는 "홍성은 사교육이 불가능해 대부분 학생이 학교 교육만으로 성적 향상을 일궈낸다"며 "교사들의 열정적 지도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홍성군 내에서도 우수 학교로 꼽히는 홍성고와 홍성여자고등학교(이하 '홍성여고') 교사들은 학교에 상주하다시피하면서 학생을 지도합니다. 홍성여고는 '토요학습 동아리'를 운영, 교사들이 주말까지 재학생의 심화학습을 돕죠."
홍성교육지원청은 지역 내 우수 인재가 다른 지역으로 진학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우수 교사 초빙, 방과 후 학교, 영어·수학·과학 교과 캠프 등 학교별 우수 프로그램, 교육 기자재 확충 등 각급 학교에 들어가는 비용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지역 출신 인재가 천안·공주 등 인근 지역 고교로 진학하는 비율이 크게 줄어든 것. 보령·서산·태안 등 타 시·군 출신 인재의 홍성군 유입은 오히려 늘었다. 홍성고는 그 중에서도 특히 주목 받고 있다. 농산어촌우수고·기숙형공립고로 지정된 홍성고는 전국 단위 신입생 모집이 가능한 자율학교. 올해 1학년 재학생의 40%가 타 지역 출신일 정도로 뛰어난 교육 성과를 대내외적으로 인정 받고 있다.
◇토요교과캠프 등 학력 신장 프로그램 '다채'
홍성고는 2012학년도 대입에서도 서울대·연세대·고려대에 25명(12%)을 합격시켰고 수도권 4년제 대학 진학률을 70%까지 끌어올리는 등 매년 우수한 진학 실적을 거두고 있다.
서종완 홍성고 교장은 이 같은 실적을 가능케 한 비결로 일명 '3H케어(3H-Care)' 프로그램을 꼽는다. '지(智)·덕(德)·체(體)를 겸비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학력 신장 △올바른 품성 함양 △건강한 신체 발달에 초점을 맞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학력 신장용 프로그램 중에선 △우수 학생을 위한 'S러닝 아카데미' △성적 향상을 원하는 학생을 겨냥한 '레벨업 아카데미' 등이 눈에 띈다. 윤석기(3년)군은 "중학교 때 성적이 전교 10위권에 머물러 고교에 진학하며 내신 걱정이 많았다"며 "입학 후 학교 프로그램대로 공부하다 보니 성적이 크게 올라 지금은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신광덕 교사는 "프로그램별 반 편성은 진단평가 결과를 반영, 철저하게 수준에 따라 이뤄진다"며 "수업 시간도 학생과 교사가 의논해 따로 정하고 수업 형태도 강의식·토론식 등 자유로운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인재 육성'이란 학교 비전에 맞게 매년 미국·일본·중국 등 재학생 해외 연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홍성고의 또 다른 자랑 중 하나는 130개가 넘는 다채로운 동아리에서 펼쳐지는 체험활동이다. 유영수(2년)군은 "꿈이 외교관이라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에서 활동하다가 최근 아예 교내에 반크 동아리를 만들었다"며 "선생님 도움으로 운영비까지 지원 받으면서 '우리 학교는 학생이 하고자 하면 얼마든지 기회를 열어주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류춘식 교무부장은 "동아리 외에 문학제·연극제·문학기행·효실천경로잔치 등의 인성 발달 프로그램도 활발히 운영 중"이라며 "특히 분야별 명사 초청 강연 프로그램인 '명사초대석'은 학생들의 진로 설계와 학습 동기 부여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성고는 기숙형 고교의 장점을 살려 토요교과캠프 같은 성적 향상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토요교과캠프는 한 과목을 세 시간씩 집중적으로 학습하는 형태. 한 시간은 학생 개별 과제 연구에, 두 시간은 질문과 토론에 각각 할애된다. 학교 측은 이와 별도로 역사체험·대학탐방 등 기숙사생용 체험 활동도 마련했다. 황순재(3년)군은 "입학 직후 기숙사 자습실에서 치열하게 공부하는 친구와 선배들의 모습에 엄청난 자극을 받았다"며 "기숙사 선·후배가 공부나 학교 생활에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서종완 교장은 "우리 학교 수능 평균 성적은 최근 10년간 4.23등급에서 3.23등급으로 꾸준히 오름세를 기록 중"이라며 "지역 내 유학생을 활용한 외국어 수업 분량을 확대하는 등 앞으로도 지역사회 자원을 바탕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설, 글로벌 인재 양성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