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서울에서 못 살아요. 차분한 여수 바다의 매력에 푹 빠졌거든요."
1995년 성을 소재로 한 만화 '누들누드'로 혜성처럼 등장한 양영순(41) 작가는 2008년 4월부터 전남 여수에 머물고 있다. 여수는 그의 고향. 부모님과 부인 신동현(40·일러스트레이터)씨, 외동딸 휘모(8)양과 함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덕충동 주택에서 살고 있다.
그는 "원래 화장터처럼 차분한 분위기를 좋아한다. 번민이 사라지기 때문"이라며 "여수가 고향인 허영만 화백이 '여수 잘 지키고 있어라'고 격려해줬는데, 바다를 보며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그는 "비행기를 타면 서울 강남까지 2시간 30분밖에 걸리지 않아 이동에도 불편함이 없다"고 했다.
양 작가에게 "총각 시절엔 성적 판타지가 풍부하더니, 결혼해서 애 낳고 나더니 창의력이 빈곤해진 것 같다"는 질문을 던지자 "아르바이트로 접근해 그린 게 누들누드입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에 성적 코드가 필요하다면 쓰겠지만, 지금은 다양한 그림을 그리고 싶을 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양 작가의 아버지는 서울에서 20년간 국숫집을 운영했다. 그 가게를 처분하고 가족이 모두 여수로 귀향했다. 만화 제목 '누들(noodle·국수)누드'에서 누들은 아버지 국숫집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여수에 정착하고 1년 뒤 중앙동 중심가에 작업실(148㎡)을 차렸다. 그 2층 작업실에서 부인과 딸 휘모가 작품활동을 한다. 양 작가는 집에서만 그림을 그린다. 휘모는 한 학년 정원이 8명인 여수 만성리 북초교 2학년에 재학 중이다. 말하면서도 연방 그림을 그리던 휘모는 "집에서 학교 가는 길에 바다가 보이고, 학교에서도 바다를 만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휘모는 이미 '꼬마 작가'로 유명하다. 올해 3월 이미 일곱 번째 그림 전시회를 열었다. 작업실 내부에는 휘모의 작품과 그림일기, 수집한 캐릭터 상품이 가득하다.
휘모는 18개월 때 그림에 소질을 보였다고 한다. 양 작가는 "또래 다른 아이보다 시각적 사고를 타고났다"고 했다.
"18개월 때 색연필을 손에 쥐여줬더니 알아서 사람 얼굴을 그리더라고요. 그렸다 하면 3시간이에요. 하루에 스케치북 한 권을 사용했습니다."
휘모는 19일부터 내달 19일까지 서울 가회갤러리카페에서 여덟 번째 그림 전시회를 연다. 세 살 때부터 지금까지 그린 그림 80여점을 망라해 전시한다. 그림은 휘모가 전적으로 창작했다. 양 작가는 "학원과 유치원을 보내지 않고 그 비용으로 좋아하는 그림 전시회를 열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아이들은 '재미'가 있으면 창의력이 쑥쑥 자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