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강기갑 대표가 사실상 신당 창당 방침을 밝혔다. 강 대표는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진보정치의 재건을 위해 남은 길은 통합진보당을 뛰어넘는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의 건설뿐"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번 주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신당 창당을 위한 지역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창당 실무작업을 맡을 추진기구 역시 만든다는 계획이다.

지난 5일 신당권파 측 대표들도 "통합진보당의 이름으로 재창당이나 재혁신은 없다. 새로운 당을 만든다"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국민참여당유시민 전 대표와 천호선 최고위원, 진보신당 계열의 심상정·노회찬 의원,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조준호 전 대표와 민노당 비주류인 인천연합 출신의 이정미 최고위원 등이 참석했다.

신당권파 측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새로운 당을 만들어 대선에 참여하고 민주당과 야권연대를 하려면 이르면 9월, 늦어도 10월에는 창당 작업이 끝나야 한다"며 "당 안팎 세력의 창당 작업이 가시화되면 결국은 신당권파 세력이 모두 탈당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5일 강기갑 대표는 지난 당대표 선거에 구당권파 지원을 받아 출마했던 강병기 전 경남 정무부지사를 만나 "비례대표 의원들의 의원직 유지를 위해 정당을 해산하는 방식으로 깨끗이 갈라서자"는 입장을 전달했다. 현행법상 비례대표 의원이 자진 탈당하면 의원직을 박탈당하게 되는데 이를 막기 위해 정당 해산을 하자는 요구였다. 이는 박원석·정진후·서기호 등 신당권파 측 비례대표 의원 3명이 의원직을 잃고 신당에 합류하지 못할 경우 국고보조금도 반 토막 날 수밖에 없다는 고충이 포함돼 있다. 선관위에 따르면 5석 이상의 정당은 국고보조금의 5%, 5석 미만의 정당은 2%를 배분받게 된다. 신당권파 측 관계자는 "이미 5000명 이상이 탈당하는 등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공감대는 형성됐다"고 말했다.

구당권파 이상규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에게 당 파괴 권한은 없다"며 "(신당 창당은) 정치적 자살행위"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신당권파 측의 신당이 창당될 경우에는 야권연대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