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0일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대한민국 영토를 방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후지무라 관방장관은 "미래 지향의 일·한 관계를 목표로 했는데 유감"이라고 했다.

지난달 말 발행된 일본의 방위백서는 8년째 '독도는 일본 영토'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은 지난 8일에는 2012년판 우리 외교백서에 '독도는 한국 영토'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에 시비를 걸었다. 지난 3월 일본 문부성은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내용이 실린 고교 교과서가 더 늘어난 검정(檢定) 결과를 발표했다. 작년 8월엔 일본 자민당 의원 3명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울릉도에 가겠다면서 입국을 시도하다 우리 정부의 입국 거부조치로 되돌아갔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두 나라의 우호관계를 배려하고, 일본의 속셈이 근거가 박약(薄弱)한 독도 영유권 문제를 분쟁화해서 국제적 관심을 끌려는 시도로 보고 '조용한 외교'로 대응해 왔다. 그러나 일본은 몇년 전부터 정부와 국회가 일부 극우세력들과 손잡고 독도 문제에 대해 전방위적 공세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런가 하면 헌법을 개정해 재무장의 길을 열고 핵보유 가능성까지 열어 두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일본은 지금 자신들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놓고 중국과 일촉즉발의 충돌위기를 맞고 있으며, 러시아와는 북방 4개 도서 문제에 대해 분쟁을 벌여 동북아에서 시대착오적이고 반(反)평화적인 '문제 국가(trouble maker)'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일본 내의 이런 흐름에 쐐기를 박아야겠다는 판단에 따라 이뤄졌을 것이다. 일본이 지난 100년간 이웃 나라들에 저지른 죄과에 대해 철저한 반성을 하기는커녕, 어정쩡한 반성마저 수시로 뒤집고 종군(從軍) 성노예 문제와 역사왜곡에 대해 적반하장(賊反荷杖) 격의 몰염치한 태도를 보인 데 대해 우리 국민 전체가 느끼는 분노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영토 분쟁에서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나라는 현재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 영유권을 주장하며 그 지역을 분쟁화하려는 상대국의 시도에 말려들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영토분쟁이 국제화·노골화되면 근거와 경중(輕重)이 다른 두 나라의 권리가 동렬(同列)에 있는 것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토에 대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국가는 그와 병행해 국제정치의 현실 흐름에 적절하게 대응해 자국(自國)의 주장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존중·동의를 확대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일본의 우익세력이 독도에 불법적으로 접근해와 국제사회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는 도발적 시도도 근원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선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영토의 실효적 지배국가가 취해야 마땅할 전략적 검토를 충분히 거친 결과인지 마음에 걸리는 대목도 없지 않다.

일본 정부의 최근 자세는 벽에 부딪힌 국내 상황을 주변국가와의 긴장을 증폭(增幅)함으로써 대외(對外) 발산해 왔던 제국주의와 민족주의를 결합한 '구(舊)일본'의 국가전략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은 민족주의를 대외정책을 밀어주는 일시적 동력(動力)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나, 고삐 풀린 민족주의는 그 나라만이 아니라 그 지역 전체의 평화를 파괴하는 모험주의로 흐르게 된다는 역사의 교훈을 직시(直視)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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