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범에 대한 엄벌주의가 과연 범죄 억지에 효과가 있느냐의 문제는 법조계의 해묵은 논란거리다. 억지력이 있다는 쪽이 드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가정파괴범'에 대한 사형집행 사례다.
가장 유명한 가정파괴범 사건은 1983년 황인규 일당 사건이었다. 황을 비롯한 일당 7명은 서울 일대 가정집에 침입해서 30여명의 부녀자를 집단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았다. 황은 특히 부모가 보는 앞에서 10대 딸을 겁탈하거나, 남편과 가족이 보는 앞에서 임신 5개월 주부를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나 여론이 들끓었다.
황과 일당은 살인은 하지 않았지만, 수사기관과 언론은 그를 '정신적 살인범'으로 불렀고 이 사건으로 '가정파괴범'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법원도 황인규를 비롯한 일당 3명에 대해 사형을 선고하면서 "부녀자의 인격과 명예, 수치심 그리고 재산까지 빼앗아버린 정신적 살인"이라고 판시했다. 법무부는 황 일당 3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했다. 황의 사례는 사람을 살해하지 않은 흉악범인에게 사형이 집행된 매우 드문 케이스라고 법조계에선 말한다.
검찰은 1984년 4~7월 가정파괴범 집중 단속을 벌여 강도강간, 강도살인 등 흉악범 14명에게 사형을 구형하고 30여명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사형집행을 위시한 가정파괴범에 대한 엄벌은 당장 비슷한 범죄의 감소로 나타났다. 당시 대검 집계에 따르면 가정파괴범 집중 단속이 있기 전인 1984년 1/4분기 황과 같은 강도강간 사건은 69건이었으나, 2/4분기에는 35건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황인규 일당 외에 살인까지 저지른 가정파괴범에 대한 사형집행은 1990년 무렵까지 계속됐다. 한 고법부장 판사는 "당시 엄한 처벌로 인해 눈에 띄게 가정파괴 사건이 줄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