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소공동 조선호텔 옆에 있는 환구단(圜丘壇).

서울 중구 소공동 조선호텔 옆에 있는 사적 157호 환구단(圜丘壇). 1897년 조선 임금 고종이 하늘에 제의를 올리고 황제 즉위식을 거행하기 위해 세운 건물이다.

대한제국을 상징해 온 환구단은 1913년 일제가 이 일대에 철도호텔을 세우고, 1967년에는 조선호텔이 들어서면서 훼손돼 현재는 천신(天神) 위패를 모신 8각 황궁우(皇穹宇)와 석고(石鼓·돌북) 등만 남았다.

환구단은 1967년 7월 18일 사적 157호로 고시되면서 정식 문화재로 인정받았지만, 그 정확한 명칭을 둘러싼 논란은 아직 계속되고 있다. 환구단의 첫 자인 '圜'자를 '환'으로 읽어 환구단으로 할지, '원'으로 읽어 원구단으로 할지가 논쟁의 핵심이다.

환구단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환구단·원구단으로 명칭이 혼용되다가, 문화재청이 2005년 11월 문화재위원회를 통해 정식 명칭을 환구단으로 정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문화재청과 함께 환구단을 관리하는 서울시는 서울 강북구 우이동 옛 그린파크 호텔 정문에 있던 환구단 정문을 원래 자리였던 중구 소공동으로 이전·복원하고, 2011년 7월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하면서 원구단 정문이라고 명칭을 붙였다.

문화재청은 환구단이 막 지어졌을 당시 이 건축물을 어떻게 불렀는지 파악해 환구단으로 정식 명칭을 정했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독립신문 1897년 10월 12일자에 고제가 열린 곳을 환구단으로 표기해 당시 사람들이 이 문화재를 환구단으로 불렀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울시는 환구단보다는 원구단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주장한다. 이 문화재는 '하늘은 둥글다'는 전통 천문관에 따라 하늘에 제를 올리는 곳에 둥근 모양의 단을 만들었기 때문에 첫 자 '圜'은 '원'이라고 읽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圜'은 '둥글다'는 뜻을 지닐 때 '원'이라고 읽고, '두르다'는 뜻을 지닐 때 '환'이라고 읽는다.

서울시는 공식 관광정보사이트에 환구단 옆에 괄호로 원구단을 함께 넣고 있고, 서울문화재 홈페이지(sca.seoul.go.kr)도 관련 설명문에서 원구단이란 표기를 고집하고 있다.

환구단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문화는 중국에서 유래한 것인데, 중국에서도 환구단의 첫 자인 '圜'을 우리의 '원'에 해당하는 '위안'으로 독음하기 때문에 우리도 '원구단'으로 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서울시는 2005년 문화재청이 환구단 명칭을 정할 때 "원구단이 정식 명칭으로 적합하다"는 내용의 의견을 제출했지만, 문화재청은 당초 안(案)대로 환구단으로 결정했다.

환구단을 설명하는 영문 안내판에는 조선을 'Joseon'으로 표기하는데 이는 2002년부터 마련된 영문표기사전을 따른 것이다. 서울시는 제각각이던 영문 표기를 표준화하기 위해 2000년 7월 고시된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등을 토대로 '한글 명칭의 영문표기 기준'을 만들고, 2002년 4월부터 영문표기사전(englishname.seoul.go.kr) 사이트도 개설하면서 조선극장, 조선어학회 등에 나오는 '조선'을 모두 'Joseon'으로 쓰고 있다. 다만 'Chosun'을 오래 써와 이미 굳어진 경우는 예외를 인정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