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 과정에서 우리 측은 한때 '지침 파기'를 미측에 통보해 미측이 크게 긴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 과정에 정통한 정부 소식통은 23일 "작년 초 협상이 시작된 이후 미국은 한동안 꿈쩍도 하지 않았다"며 "우리 측이 작년 이맘때 미국 정부에 '이런 식으로 하면 한미 미사일 지침을 파기하겠다'고 통보하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예상 밖의 우리 측 강경입장 통보에 놀란 미국은 정부 관리들을 한국에 급파했고, 이때부터 협상에 조금씩 진전이 이뤄졌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미 미사일 지침은 조약이나 협정이 아니고 한쪽이 6개월 전에 공식 통보하는 것으로 무효화(파기)할 수 있도록 돼있다.

이후 협상 과정에서 정부는 '미사일 지침 개정은 전쟁 발발 후 1시간 동안 한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버티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논리로 미국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백악관 고위 관계자에게 '미국이 약속한 핵우산과 전시(戰時) 증원군은 일본과 괌에 있기 때문에 전쟁 발발 1시간 이후에나 위력을 발휘한다. 이 1시간 동안 한국의 안위를 책임질 묘안을 내놓든지, 미사일 지침을 우리 뜻대로 개정해 주든지 양자택일하라'고 요구했다"며 "미국은 이 같은 우리 측 요구를 접한 뒤 이 문제를 다루는 한국의 태도가 과거와는 다르다고 보고, 협상에 진지하게 나서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 간의 새 미사일 지침은 다음 달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SCM) 회의 전에 미사일 자율 정책 선언 형태로 발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원래 이번 국군의 날 행사 때 이명박 대통령이 새 미사일 정책 선언 형태로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막판 조율 과정이 길어져 조금 늦어지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