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박세균, 사격 2관왕

대한민국이 스포츠 강국이라는 사실은 굵직한 국제대회 성적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4아테네올림픽부터 지난달 중순 끝난 2012런던올림픽까지 3연속 10위권 진입이라는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동계올림픽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2006토리노올림픽부터 2010밴쿠버올림픽까지 2연속 10위권을 유지했다.

스포츠 강국의 면모는 성적에만 그치지 않는다. 1988년에는 하계올림픽을, 2002년에는 월드컵을 개최했으며 지난해 2018평창동계올림픽까지 유치하면서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일부 선진국만 경험한 3대 메이저대회(하계·동계올림픽, 월드컵) 개최국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스포츠 강국 대한민국에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바로 장애인 선수들에 대한 처우다.

비장애인 스포츠 선수들은 기량만 뛰어나다면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지만 많은 장애인 선수들은 실력이 좋아도 소속팀이 없어 생업과 운동 사이에서 고민한다. 비장애인과 구별되는 연금 기준 역시 장애인 선수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생업과 운동 사이에서 고민…1%만 실업팀 소속

"실업팀 있기에 좋은 성적을 거뒀다."

2012런던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사격 P1 10m 공기권총과 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따낸 박세균(41·청주시청)이 꼽은 좋은 성적을 내는 비결이다. 한국은 금메달을 2개나 딴 박세균 덕분에 목표했던 종합 13위보다 한 단계 높은 12위로 패럴림픽을 마쳤다.

박세균은 "(실업팀에 속해 있기 때문에)일정한 월급도 받으면서 든든하게 운동에 매진할 수 있었고 그게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며 "사격의 경우 실탄 한 발에 280원 정도 하는데 하루 연습 때 최소 100~200발 정도를 소모한다. 소속팀이 없는 선수는 전액 자신의 비용을 털어 연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업팀은 장애인 선수들에게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월급을 지급해 선수들이 생업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훈련비에 대한 걱정도 덜어준다. 또한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생활체육 수준에서 엘리트 체육으로 발전할 수 있게 돕는다.

하지만 현재 장애인 선수가 실업팀에 들어가는 것은 말 그대로 '낙타 바늘구멍 들어가기'다.

2012년 9월 현재 장애인체육회에 등록된 장애인 실업팀은 30개 팀으로 소속 선수는 고작 127명에 불과하다. 장애인체육회에 등록된 장애인 선수가 1만2943명인 것을 고려하면 단 1%만 실업팀에서 운동할 수 있다.

런던패럴림픽 역도 남자 100㎏이상급에서 동메달을 수확한 전근배(34)는 실업팀이 없이 운동하는 대표적인 선수다. 현재 역도 장애인 실업팀은 인천시장애인체육회 한 곳 밖에 없으며 소속 선수도 4명에 불과하다.

전근배는 "1년 전 생업과 운동 사이에서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조금만 버티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다는 생각에 차마 은퇴하지 못했다"며 "역도의 경우 실업팀이 한 곳 밖에 없어 그곳에 들어가지 못하면 훈련비 등을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30~40%의 선수가 소속 팀이 없이 개인적인 비용을 들여 운동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올림픽이 열리지 않는 해나 올림픽이 끝난 후에는 많은 선수들이 생업으로 돌아가거나 운동과 생업을 병행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국가대표의 경우)올림픽이 열리는 해에는 200일, 그렇지 않은 해에는 100일간 이천훈련원에서 합숙훈련을 하는데 그 기간에는 합숙비가 나와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다"며 "하지만 그 기간이 끝나면 (실업팀이 없는 경우)대부분 생업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런던패럴림픽 남자 배영(S3) 50m 금메달리스트인 민병언(27)은 "실업팀이 없는 선수들은 장애가 심하지 않으면 중고등학교 수영부와 함께 훈련하기도 하지만 심한 경우는 수영장에서 1~2레인을 자비로 빌려 연습한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장애인 체육 발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실업팀 창단으로 꼽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애인문화체육과 김진업 사무관은 "실업팀 창단을 돕기 위해 올해부터 8억원을 투입해 장애인실업팀 창단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며 "계속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8억원보다 조금 더 많은 예산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실업팀 수가 100개 정도는 돼야 장애인 선수들이 편안하게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장애인과 다른 연금체계…아시안패러게임 '금'은 무용지물

비장애인과 다른 연금제도 역시 장애인 체육 발전을 가로막는 것 중 하나다.

비장애인의 경우 올림픽을 포함해 아시안게임과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따면 연금점수로 인정된다. 올림픽 금메달은 90점, 4년 주기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은 45점의 연금점수가 주어진다.

연금점수가 110점이면 한 달에 100만원의 연금을 수령할 수 있으며 올림픽 금메달의 경우 90점만 채워도 100만원을 받는다.

장애인 선수가 패럴림픽에서 메달을 딸 경우 연금점수는 비장애인과 차이가 없고 똑같다.

그러나 장애인 선수는 패럴림픽과 농아인올림픽대회를 제외하고는 연금점수를 받을 수 있는 대회가 없어 기회가 비장애인 선수에 비해 훨씬 적다.

장애인 선수는 아시안패러게임에서 아무리 많은 금메달을 목에 걸어도 연금점수를 받을 수 없다. 신체조건 등에서 세계의 벽을 넘기 어려운 일부 종목 장애인 선수들은 아시아에서 아무리 좋은 성적을 내도 연금혜택에서 제외된다.

유승희 민주통합당 의원 측은 "장애인 선수들은 현재 아시안패러게임 등에서 연금점수를 받을 수 없는 등 비장애인 국가대표들보다 처우가 좋지 않다"며 "국정감사에서 일반 선수들의 처우와 비교해 부족한 연금제도와 일일숙식비 등의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들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함께 잘 살기 위한 '상식'

런던패럴림픽 남자 배영 50m S3(지체장애 10등급 중 3등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민병언은 샤르코-마리-투수라는 진행성 감각신경장애를 갖고 있다. 이 병은 뇌에서 신경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근육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희귀 유전병이다.

민병언이 수영을 시작한 이유는 간단하다. 병원에서 조금이라도 병의 진행을 늦추기 위해서 수영을 권했기 때문이다.

민병언은 "꾸준히 운동을 안했더라면 어떻게 됐을지는 알 수 없다. 꾸준한 운동 때문에 (병의 진행을) 늦춘 것 같다"며 "의사 선생님은 갈 때마다 '운동 잘 하고 있느냐. 몸을 항상 써줘야 한다'고 하신다"고 웃었다.

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장애를 갖게 된 장애인 선수들에게 운동은 때론 치료목적을 넘어 삶의 목표가 되고 마음의 병을 치료한다.

박세균은 "운동을 시작하고 난 다음부터 표정이 달라지는 장애인들이 많다"며 "운동을 통해 목표가 뚜렷해지니 더 열심히 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1년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애인인구수는 268만명(추정)으로 나타났으면 장애출현율은 5.61%로 조사됐다. 즉 인구 1만명 당 561명이 신체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다.

인구의 5%가 넘는 장애인들과 '함께 잘 살기' 위해서 그들이 원하는 운동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 사회가 할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