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세포로 난자를 만들어 태어난 생쥐들. 암컷들은 나중에 자라 정상적으로 새끼도 낳았다.

짝 없이 나 홀로 아기를 낳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일본 교토(京都)대 사이토 미치노리 교수 연구진은 5일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 인터넷판에 "세계 최초로 생쥐의 피부 세포로 난자를 만들고, 이를 일반 정자와 인공 수정해 건강한 새끼를 탄생시켰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난해에는 같은 방법으로 정자도 만들었다. 사람에게 적용하면 자기 피부 세포로 정자와 난자를 만들고, 이들끼리 수정해 아기를 낳을 수 있는 셈이다. 연구진은 불임(不姙) 원인을 찾는 연구의 일환이라고 했지만, 복제 인간을 만드는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연구진은 피부 세포와 같이 이미 다 자란 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주입해 인체의 모든 세포로 자랄 수 있는 배아줄기세포 상태로 만들었다. 이어 줄기세포에 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신호 단백질들을 넣어 나중에 난자로 자라날 원시생식세포를 얻었다. 이 세포를 생쥐에서 추출한 난소 조직에 넣고 배양 접시에서 키워 미성숙 난자를 만들었다. 이 난자는 살아있는 생쥐 난소에 넣어 성숙시켰다. 나중에 체외수정 방식으로 난자와 일반 정자를 수정한 다음 대리모 자궁에 넣어 새끼들이 태어났다. 건강하게 자란 쥐는 나중에 새끼도 낳았다. 이 새끼들에게는 당초의 피부 세포가 할머니뻘인 셈이다.

지난해 연구진은 같은 방법으로 생쥐 정자도 만들어 '셀(Cell)'지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정자나 난자를 만드는 원시생식세포는 동물에서 극히 적은 양만 얻을 수 있어 연구가 어려웠다"며 "이번 연구는 불임 원인을 밝히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사람에게서는 당장 생쥐와 같은 성공을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사람과 생쥐의 줄기세포가 다르고, 난자를 배양 접시에서 키울 사람 난소 조직을 얻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다. 설사 성공해도 윤리적 장벽이 남아있다. 김정범 울산과기대 교수는 "기초 연구에 그쳐야지, 피부 세포를 이용해 나와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아기를 낳는 데 이용하면 복제 인간을 만드는 새로운 방법이라는 윤리 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불임 치료를 위해 줄기세포로 사람 정자와 난자를 만드는 연구는 국내외에서 활발하다. 2009년 차병원 이동률 교수는 남성의 정소에 있는 성체줄기세포로 정자를 만들었다. 같은 해 영국 연구진은 배아줄기세포로 정자를 만들었다. 올 3월 미국 연구진은 사람 난소의 성체줄기세포로 난자를 만들었다.

☞줄기세포(stem cell)

다양한 인체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일종의 원시(原始)세포다. 성인의 골수나 지방 조직에서 추출한 것을 '성체줄기세포', 불임 치료 후 남은 수정란(배아)에서 얻은 것을 '배아줄기세포'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