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운(30)의 주장대로라면 '멘붕'(멘탈 붕괴)보다 한 차원 높은 말이 '듀스'다. 그룹 '듀스'의 히트곡 '우리는' 가사 중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가 근거다다. 요즘 유행어로 밀고 있다면서 대화 중간중간 '듀스'를 찾는다.
"영화 '간첩' 홍보차 말을 많이 했더니 '듀스' 오려고 해요"라며 너스레부터 떤다. 이어 꾸미지 않은 솔직함이 드러난다.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성을 진지하게 풀어놓는가 하면, SBS TV '고 쇼'에 출연해 추게 될 지도 모른다며 싸이(35) '강남스타일'의 말춤을 선보이며 분위기를 띄운다.
이처럼 긍정적 기 때문일까, 데뷔 이래 처음 찍은 영화 '간첩'(감독 우민호)에서도 좋은 기억만 남아있다. "처음 갔던 영화 현장은 즐겁고 신기했다. 김명민, 유해진, 염정아, 변희봉 선배님 등 스크린에서 뵙던 분들이 튀어나온 느낌이었다. 심지어 그런 분들이 나를 편안하게 맞아줬다"며 고마워했다.
"특히 김명민 형은 무서울 것 같다는 편견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촬영장을 편하게 만들어준다. 말도 많이 하고 농담도 많이 하면서 즐거운 분위기를 유도한다. 배우들을 대표해 감독님과 의견을 조율해주며 현장을 이끌었다. 깜짝 놀랐다. 흠잡을 때 없는 매우 괜찮은 선배님이었다." 같은 소속사에 몸담고 있는 염정아(40)와 호흡도 인상 깊었다. "한솥밥을 먹고 있지만 누나와 말할 수 있는 상황이 별로 없었어요. 시사회에 같은 회사 사람들끼리 앉아 있다가 나오는 정도였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얘기를 많이 하고 상대역으로 연기했어요. 무서울 줄 알았는데 천상 여자예요. 누나 때문에 큰 누나가 생긴 느낌이었어요."
정겨운은 '간첩'에서 뛰어난 능력을 지닌 해커, 암호명 '우 대리'다. 남파된 뒤 소를 키우며 FTA반대에 앞장서는 귀농청년이다. 전세 값, 부동산 문제, 독거 노인 등 영화 속에서 가볍게 터치하는 사회문제를 가장 직접적으로 접하는 인물이다. 정치적 색깔을 우회적으로 나타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정겨운은 "FTA를 말하는 게 위험해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찍을 때는 몰랐지만 한우와 FTA반대, 오해의 소지가 분명 있다. 하지만 그 전에 '우 대리'는 한우를 사랑하는 캐릭터일 뿐이다. 또 정치적 개입은 전혀 없었다. '빨갱이 영화'라고 '영화 안 보기 운동'을 해야 한다는 분들 때문에 속상하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픽션이다. 가족끼리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라고 강조했다.
영화 촬영 전 '간첩' 관련 교육도 받았다. "국가정보원에 가서 간첩에 대해 교육을 받았다. 감사하게도 초청해줘서 설명을 듣고 어떻게 간첩을 색출해내는지를 배웠다. 얼마나 투철한 신고정신이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숙지하고 촬영했다. 간첩을 미화시켰다고 모함하면 속상하다"는 마음이다.
정겨운은 '간첩'으로 영화의 재미를 맛봤다. 처음 나선 제작보고회, 시사회, VIP시사회 등의 자리가 어색했지만 설렜다. 앞으로도 계속 영화판에서 뒹굴고 싶다. 차기작도 점찍어 놓은 듯하다.
"영화배우 정겨운을 보여주고 싶다. 차기작도 영화가 될 것 같고, 올해 안에 촬영할 것 같다. 이미 정해졌을 수도 있고….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