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수직농장 희망마을’전경.

지난 5일 오후 부산 동구 수정5동 산복도로 주변의 한 3층짜리 건물. 현대식 빌딩인 이 건물의 2~3층 안 풍경은 사뭇 낯설었다. 장농·책장 등 가재도구나 책상·컴퓨터 등 사무가구들이 전혀 없었다. 천장엔 'LED등'이 달려 있고 텅빈 공간에 알루미늄 앵글이 칸칸이 쳐져 있었다. 약간 따뜻하고, 습한 느낌이 그 안을 채우고 있었다. 상큼한 풀냄새…. 치커리, 겨자채, 무순, 적상추, 비타민 등등의 채소가 자라고 있었다.

지난달 21일 문을 연 '수직농장 희망마을'이다. 이곳은 동구가 돈을 대 지었다. 연면적 333.7㎡에 지상 3층 규모. 1층엔 홍보·판매장이, 2층엔 체험학습장과 농장이, 3층엔 농장이 각각 들어서 있다. 2~3층의 농장에선 6~7가지의 채소 5만여포기를 키운다. 한마디로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 아파트형 채소밭·농장인 셈이다.

동구 측은 "수정5동 주민들이 이 농장에서 채소를 키워 백화점·마트 등에 팔도록 할 계획"이라며 "요즘 각광받고 있는 '도시농업'의 한 형태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도시농업'이 진화하고 있다. 개인이 부산시농업기술센터 등에서 농법을 배우고 취미 삼아 주말텃밭을 가꾸던 수준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잇따라 '도시농업학교'를 개설하거나 일상 속에서 지속적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사업으로도 연결시키고 있다. 동구의 '수직농장 희망마을'이 대표적 사례다.

이 농장은 콘크리트 건물 안에다 일정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장치와 햇볕과 비슷한 LED등을 설치한 뒤 유기농 비료를 담은 배양액이 흐르는 판 위에다 채소 모종을 심어 기르고 있다. 이곳서 길러내는 채소는 모두 무농약, 무공해, 유기농이다. 그런 만큼 보통 채소보다 가격이 좋은 편이다. 이 농장이 채소 재배를 통해 향후 올릴 예상소득은 월 2000만~3000만원.

동구 측은 "수직농장이 성공, 채소 택배회사·마케팅회사 등 계열회사를 거느릴 경우 일자리도 현재 10여개에서 크게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중구, 동구, 영도구 등 원도심의 인접한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남구는 오는 15일부터 11월 7일까지 매주 월·수요일 부경대 종합강의동에서 '남구 도시농업학교'를 개설한다. 이 학교는 도시농업의 현황과 전망, 작물별 재배력과 재배법, 콩나물·녹두·새싹채소 수경재배 실습 등을 가르친다. 남구는 또 용호3동 주택밀집 지역 20가구 옥상을 농원으로 만들어 배추·쪽파 등 가을 채소류를 기르고 있다.

남구 측은 "도시농업은 주민들이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자급할 수 있도록 하면서 삭막한 도심에 초록빛을 주는 생태·자연도 더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며 "앞으로 농업학교·옥상농원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역 지자체 중 가장 먼저 '도시농업'에 눈을 뜬 해운대구는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모두 3기, 90여명의 도시농업학교 졸업생을 배출했고 현재 4기 과정을 운영 중이다. 2개월여 과정인 이 '해운대 도시농업학교'는 ▲밭 만들고 거름 넣고 모종심기 ▲스스로 거름 만들기 ▲내 집을 농장으로 만들기 ▲토양의 이해와 작물의 생장이론 등을 교육한다. 10차례 수업 중 7차례는 강의실에서 이론을 공부하고, 3차례는 해운대구청 옥상에 마련된 텃밭에서 실습을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종전 기초반만 운영하다 4기부터는 심화반도 개설했다.

해운대구는 또 지난 4월 해운대신시가지 안 건영1차아파트를 '도시농업 시범아파트'로 선정했다. 이 아파트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아파트 베란다 식물정원 꾸미기, 산야초 공부하고 효소 담그기, 텃밭농사 짓기 등을 교육한 뒤 단지 안에 '마을 공동텃밭'에서 실제로 채소류를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