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박현철 기자] 포심 패스트볼 최고구속 144km. 그러나 투심 패스트볼의 최고 구속은 146km였다. 결정적인 순간 투심 패스트볼이 배트 중심을 피해갔고 안타를 맞더라도 허무한 볼넷은 내주지 않는 기교투가 돋보였다. ‘써니’ 김선우(35, 두산 베어스)가 5이닝 무실점투로 분전했으나 생각보다 이른 교체에 이은 계투 난조로 결국 시즌을 마감하고 말았다.
김선우는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롯데 자이언츠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5이닝 동안 사사구 없이 6피안타(탈삼진 2개)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 요건을 갖췄다. 그러나 팀이 8회 더스틴 니퍼트-홍상삼의 난조로 동점을 허용한 뒤 연장 10회 포수 양의지의 끝내기 악송구로 3-4 패배를 당하며 2012시즌을 마쳤다. 5이닝 동안 위기도 있었으나 크게 당황하지 않고 실점 위기에서 결정타를 피해가는 공격적인 완급조절 능력을 보여준 김선우의 투구는 너무나 아쉬움이 컸다.
1회말 롯데 타선을 투심 패스트볼 16개로 삼자범퇴 봉쇄한 김선우는 2회말 선두타자 홍성흔에게 좌전 안타를 내줬으나 박종윤을 2루수 병살타로 막아냈다. 뒤를 이은 전준우가 중전 안타, 황재균이 우전 안타를 때려내며 2사 1,2루 기회를 잡았으나 김선우는 용덕한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무실점을 이어갔다.
4회말 김선우는 선두타자 손아섭에게 중견수 키를 넘어가는 2루타를 내주며 무사 2루 실점 위기에 놓였다. 후속타자 홍성흔은 유격수 내야안타를 때려냈고 무사 1,2루 김선우는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김선우는 박종윤-전준우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냈으나 황재균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 2사 만루 최대 위기에 들어섰다.
그러나 김선우는 용덕한의 정면 땅볼 타구를 그대로 잡아낸 뒤 1루로 송구해 잔루 만루 무득점으로 4회 위기도 막아냈다. 5회까지 무실점을 이어간 김선우는 선발승 요건을 채우며 자기 몫을 확실히 해냈다. 다만 2점 차 리드에 불과했던 데다 패하면 끝장이라 1선발 더스틴 니퍼트까지 불펜 대기시킨 상황인 만큼 김선우는 5이닝 74구로 임무를 마쳤다.
투구 세부 기록을 보면 김선우의 최고 구속은 146km. 그러나 이는 보편적인 직구로 불리는 포심 패스트볼이 아닌 역회전되는 투심 패스트볼이었다. 그만큼 투심 패스트볼의 비중이 높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총 74개(스트라이크 48개, 볼 26개)의 공을 던진 김선우의 투심 패스트볼은 57개로 비율이 무려 77%에 달했다.
그러나 때때로 섞는 다른 구종과의 조화가 되지 않는다면 김선우의 투심 위주 패턴은 자칫 맹신이 될 수 있었다. 120km대 초반의 커브 5개를 제외하고 나머지 12구는 포심-커터-체인지업이었는데 구속 스펙트럼이 136~144km 가량이었다. 투심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이 142km였음을 감안하면 김선우가 던진 다섯 개의 구종 중 네 개가 거의 비슷한 속도로 롯데 타자들을 공략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 높이 평가할 만한 점은 사사구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 김선우는 자신이 던진 네 개의 구종 속도가 비슷한 것을 믿고 자신감 있게 결정구를 스트라이크 존으로 꽂았다. 베테랑의 과감함에 롯데 타자들은 제대로 된 노림수 타격을 하지 못하고 찬스를 연이어 날렸다. 결국 롯데 타선은 5회까지 김선우를 상대로 6개의 안타를 때려내고도 조급한 타격을 일관하며 잔루만 쌓았다.
이해하기 힘든 투수 교체와 결정적인 실책 등이 겹치며 두산이 패배, 결국 2012시즌이 종료되고 말았다. 그러나 젊은 시절의 광속구를 잃은 김선우는 이제 타자의 판단력에 혼란을 주는 확실한 ‘투시머’로 자리를 굳혔음을 증명했다.
부산=김영민 기자, 이대선 기자 ajyoung@osen.co.kr, sunday@osen.co.kr